외워 둔 자기소개,
질문 하나면 대화가 됩니다
영어 모임 첫날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순서였습니다. 전날 밤 외워 둔 대로 이름, 나이, 취미를 차례로 말했고 틀린 곳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진행자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바로 다음 사람을 불렀고, 그날 저에게 더 묻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외운 자기소개는 틀리지 않습니다. 대신 “Hello, my name is…” 다음에 나이와 취미가 차례로 나오는 순간, 듣는 사람은 준비해 온 문장이라는 걸 알아챕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순서가 그대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모임이나 첫 수업처럼 가벼운 첫 만남이라면 외운 문장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몇 군데만 바꿔도 대화가 이어집니다.
SUMMARY
첫 만남의 자기소개는 정보를 빠짐없이 말하는 것보다 상대가 물어볼 거리 하나를 남길 때 대화가 됩니다.
- 외운 틀 덜어 내기
- 물어볼 거리 한 줄
- 질문 돌려주기
01외운 티가 나는 곳
이름·나이·취미 순서가 외운 티를 냅니다
문법이 틀려서가 아니라 순서와 표현이 교과서 그대로라서 외운 티가 납니다. 특히 나이와 “My hobby is”는 영어권의 가벼운 첫 만남에서 잘 나오지 않는 말입니다.
학교에서 처음 배우는 자기소개는 대개 이런 모양입니다. “Hello, my name is Jiyoung. I'm 32 years old. My hobby is watching movies.” 한 문장씩 떼어 보면 문법은 모두 맞습니다. 어색한 이유는 문장 하나하나보다 이 조합에 있습니다.
먼저 나이입니다. 한국어에서 나이는 호칭과 존댓말을 정하는 정보라서 첫 만남에 일찍 나옵니다. 영어는 나이에 따라 말투가 바뀌지 않으니 처음부터 나이를 밝힐 이유가 적고, 묻지 않은 개인 정보를 먼저 꺼낸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상대가 물으면 그때 답하면 됩니다.
어색
Hello, my name is Jiyoung.자연Hi, I'm Jiyoung.
My name is도 맞는 말이지만, 이름을 또박또박 알려야 할 때 더 어울립니다. 모임이나 수업처럼 편한 자리에서는 Hi, I'm ~이 더 흔합니다.
어색
My hobby is watching movies.자연I've been really into horror movies lately.
hobby는 따로 시간을 내서 하는 취미 활동에 가까운 말이라, 영화 보기에 붙이면 설문지 답처럼 들립니다. I'm into ~에 장르나 제목처럼 구체적인 말을 붙이면 상대가 물어볼 곳이 생깁니다.
어색
I'm an office worker.자연I work at a small design company.
“회사원이에요”를 그대로 옮긴 문장이라 영어로는 막연하게 들립니다. 어떤 곳에서 일하는지 한 조각만 말해도 됩니다.
02물어볼 거리 남기기
정보 여러 개보다 물어볼 거리 하나가 낫습니다
이름 뒤에는 나이나 사는 곳 같은 목록 대신, 상대가 “왜요?”나 “어땠어요?”로 되물을 수 있는 구체적인 한 줄을 붙입니다.
같은 사람, 다른 자기소개
외운 소개
I'm 32 years old. My hobby is watching movies.정보는 두 개인데 상대가 이어 물을 곳이 없습니다.대화가 되는 소개
I started salsa classes last month, and I'm terrible at it.정보는 하나인데 “How's that going?”이 바로 나옵니다.물어볼 거리는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됩니다. 요즘 시작한 일이나 조금 웃긴 사실 하나면 됩니다.
- I just moved here from Busan, so I'm still finding my way around.부산에서 막 이사 와서 아직 길을 익히는 중이에요.사는 곳 대신
- I've been trying to cook one new dish every weekend.주말마다 새 요리를 하나씩 해 보고 있어요.취미 대신 요즘 하는 일
- I'm a nurse, so I work some pretty strange hours.간호사라 근무 시간이 좀 특이해요.하는 일에 한 조각 더하기
- I have a dog named Kong, and he basically runs my life.콩이라는 강아지가 있는데, 거의 제 일상을 쥐고 흔들어요.반려동물 이야기
- I'm a huge baseball fan, so please don't ask me about last night's game.야구 광팬이라 어젯밤 경기 얘기는 묻지 말아 주세요.가볍게 웃음을 줄 때
물어볼 거리는 하나로 충분합니다. 여러 개를 한꺼번에 넣으면 다시 외운 소개처럼 길어지고, 상대도 어느 것을 물어야 할지 고르기 어렵습니다.
03질문 돌려주기
자기소개의 마지막 문장은 질문으로 끝내세요
자기소개를 “That's all”이나 “Thank you”로 닫으면 대화도 거기서 닫힙니다. 끝에 짧은 질문 하나를 붙이면 소개가 대화로 넘어갑니다.
“That's all.”은 “이상입니다”를 옮긴 말이라 발표를 마칠 때처럼 들립니다. 한국어로는 순서를 넘기는 자연스러운 끝맺음이지만, 마주 앉은 대화에서는 말이 뚝 끊기는 느낌을 줍니다. 끝을 알리는 말 대신 상대에게 질문을 넘기면 소개는 저절로 끝납니다.
물어볼 거리 한 줄과 질문 하나
Hey, I'm Sam. Is this your first time here?안녕하세요, 샘이에요. 여기 처음 오셨어요?
Yeah, it's my first time. I'm Jiyoung.네, 처음이에요. 저는 지영이에요.
Nice to meet you, Jiyoung. What brings you here?반가워요, 지영 씨. 어떻게 오게 됐어요?
I'm going to Lisbon in March, and I'd like to be able to chat with people there. What about you?3월에 리스본에 가는데, 거기서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좀 나눠 보고 싶어서요. 샘은요?
No way. I lived in Lisbon for a year.정말요? 저 리스본에서 1년 살았어요.
나이도 취미도 나오지 않았지만, 여행 계획 한 줄과 “What about you?” 한마디에 다음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 What about you?그쪽은요?어디서나 쓰는 가장 짧은 질문
- How did you find out about this group?이 모임은 어떻게 알게 됐어요?모임·동호회에서
- Where are you headed next?다음엔 어디로 가세요?여행지 숙소에서 만난 사람에게
- How long have you been doing this?이거 하신 지 얼마나 됐어요?같은 취미로 만난 사람에게
04첫 수업에서
첫 수업의 자기소개는 강사에게 주는 힌트입니다
첫 수업에서는 자기소개가 곧 수업 재료가 됩니다. 영어를 어디에 쓰고 싶은지, 말할 때 어디서 막히는지를 한 줄씩 넣으면 강사가 다음 질문을 고르기 쉬워집니다.
모임의 자기소개가 상대와 가까워지기 위한 것이라면, 첫 수업의 자기소개는 강사가 나를 알아 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름과 하는 일 다음에 아래 문장 가운데 하나를 붙여 보세요. 전부 외울 필요는 없고, 내 상황에 맞는 것 하나만 골라 두면 됩니다.
- I want to be able to chat with people when I travel.여행 가서 사람들이랑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요.영어를 어디에 쓰고 싶은지
- I can read pretty well, but I freeze up when I have to speak.읽기는 꽤 되는데 말해야 할 때는 얼어 버려요.어디서 막히는지
- It's been about ten years since I last studied English.영어 공부를 마지막으로 한 게 10년쯤 전이에요.공백이 길 때
- Please feel free to stop me and correct me.틀리면 편하게 끊고 고쳐 주세요.고쳐 받는 방식을 정할 때
- How about you? Where are you based?선생님은요? 어디에 계세요?강사에게 질문을 돌려줄 때
프렌글 수업은 원어민 강사와 Google Meet로 하는 1:1 수업이라, 첫 수업의 자기소개가 그대로 강사와 나누는 첫 대화가 됩니다. 레벨 시험으로 반을 나누지 않고 첫 수업에서 지금 어디까지 말이 나오는지 확인한 뒤 방향을 정하며, 자기소개를 하다 어색한 문장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고쳐 줍니다. 그래서 외워 온 소개보다 지금 내 말로 하는 소개가 더 쓸모 있습니다.
끝다음 연습으로
이번 주에는 자기소개 한 줄만 바꿔 보세요
외워 둔 자기소개에서 나이나 “My hobby is” 문장을 요즘 빠져 있는 일 한 줄로 바꾸고, 끝에 “What about you?”를 붙여 보세요. 소리 내어 세 번쯤 말해 보면 새 문장이 입에 붙기 시작합니다.
QFAQ
자주 묻는 질문
Q.영어 자기소개에서 나이를 말하면 실례인가요?
실례까지는 아닙니다. 다만 영어권의 가벼운 첫 만남에서는 나이를 먼저 밝히는 경우가 드물어서, 외운 문장처럼 들리거나 묻지 않은 정보를 꺼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상대가 물어보면 그때 답하면 됩니다.
Q.My name is와 I'm 중 무엇을 써야 하나요?
둘 다 맞는 말입니다. 모임이나 수업처럼 편한 자리에서는 Hi, I'm ~이 더 흔하고, My name is ~는 이름을 또박또박 알려야 할 때 잘 어울립니다.
Q.영어 자기소개는 얼마나 길게 해야 하나요?
편한 만남이라면 두세 문장이 적당합니다. 이름과 물어볼 거리 한 줄, 그리고 상대에게 돌려주는 질문이면 됩니다. 나머지는 대화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Q.첫 수업 자기소개에는 무엇을 넣으면 좋을까요?
영어를 어디에 쓰고 싶은지와 말할 때 어디서 막히는지 두 가지를 넣어 보세요. 강사가 바로 다음 질문과 연습할 상황을 고르기 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