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말과 느긋한 말,
어느 칸인지 알고 쓰기
“earliest”라는 단어
ASAP가 거칠게 들린다는 말을 듣고 월요일 메일의 마지막 줄을 “Please sign at your earliest convenience.”로 바꿨습니다. 금요일 킥오프 전에 서명이 필요한 서류였는데, 목요일 오후까지 답이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상대는 그 문장을 “편하실 때 보세요”로 읽고 다음 주 할 일에 넣어 두었습니다.
ASAP가 재촉처럼 들린다는 말을 들으면 대신 쓸 표현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대체어는 같은 선 위에 있지 않습니다. 어떤 것은 오늘 안에 해 달라는 말이고, 어떤 것은 편할 때 하라는 말입니다.
이 글은 「언제까지」를 말하는 표현만 급한 순서로 줄 세웁니다. 부탁 문장 자체의 짜임은 다른 글에서 다룹니다.
SUMMARY
대체 표현은 급한 정도의 사다리에서 고르고, 정말 급할 때는 시각과 이유로 풀어 씁니다. at your earliest convenience는 사전에서는 “되도록 일찍”으로 풀지만 기한이 없어서, 읽는 사람에 따라 여유 있는 말로 읽히기도 합니다.
- 급한 정도 고르기
- 시각과 이유로 풀기
- 오독 막기
01ASAP의 문제
ASAP는 왜 부탁인데 재촉으로 들릴까요
ASAP는 언제까지인지가 보낸 사람 머릿속에만 있고 받는 사람의 일정은 묻지 않기 때문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고, 기준이 빈 채로 쓰는 것이 문제입니다.
ASAP는 as soon as possible, 곧 “가능한 한 빨리”의 줄임말입니다. 문법에도 예의에도 문제가 없고 영어권에서도 매일 씁니다. 다만 부탁하는 쪽이 보낸 이 한 단어는 받는 쪽에서 세 군데에 걸립니다.
기준이 없습니다. 오늘 오후인지 이번 주 안인지 몰라 가장 이른 쪽으로 읽기 쉽습니다.
상대의 일정을 묻지 않습니다. 맡은 일의 순서를 바꾸라는 말인데, 바꿔도 되는지 묻지 않아 명령에 가깝게 전해집니다.
자주 쓸수록 닳습니다. 메일마다 붙으면 정말 급한 메일이 와도 구분되지 않습니다.
같은 ASAP, 두 사람의 머릿속
보낸 사람
“내일 오전 회의 전이면 충분한데.”반나절쯤 여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은 메일에 적히지 않았습니다.받은 사람
“지금 하던 일을 멈춰야 하나?”언제까지라는 말이 없으니 가장 이른 시각으로 읽고 하던 일을 밀어 둡니다.급한 정도는 단어 안에 들어 있지 않고,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채워집니다.
ASAP를 금지하는 규칙은 아닙니다. 누가 봐도 급한 일이면 “The site is down. Can you hop on a call ASAP?”처럼 쓰는 것이 가장 빠르고, “I’ll get you the numbers ASAP.”처럼 내가 해 주는 쪽일 때도 무난합니다. 날이 서는 자리는 윗사람·다른 팀·외부 사람에게 부탁할 때입니다.
02급한 정도의 사다리
ASAP 대신 쓰는 말은 급한 정도로 줄을 세우면 한눈에 보입니다
가장 느긋한 쪽이 whenever you get a chance, 그다음이 at your earliest convenience와 as soon as you can입니다. 마감은 요일과 시각을 적는 4칸부터 생깁니다.
같은 “빨리”라도 급한 정도가 다릅니다. 아래는 느긋한 쪽에서 급한 쪽으로 세운 사다리입니다. ASAP는 일부러 뺐습니다. 보낸 사람은 4~5칸을 생각하고 받는 사람은 3칸쯤으로 읽을 수 있어서 한 칸에 못 박히지 않는 말입니다.
- 기한 없음Whenever you get a chance, could you take a look?다른 일을 끝낸 뒤 봐도 되는 일입니다. at your convenience도 이 칸입니다
- 정중하지만 날짜 없음Please sign it at your earliest convenience.“편하실 때 되도록 일찍”. 격식은 높지만 기한이 비어 있어 여유 쪽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 서두르되 날짜 없음Could you send it over as soon as you can?“할 수 있는 대로 빨리”. 급하다는 뜻은 전하지만 몇 시까지인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 요일이 정해짐Could you get this to me by end of day Thursday?마감이 생기는 칸입니다. 상대가 자기 일정에 넣을 수 있습니다
- 시각과 이유까지I need it by 11 a.m. today. The client call got moved up to noon.오늘 안에, 몇 시까지, 왜. 정말 급할 때만 씁니다
사다리는 어림이라 사람과 회사에 따라 한 칸쯤 다르게 읽힙니다. 다만 1~3칸에는 날짜가 없어 읽는 사람이 자기 일정에 맞춰 해석하고, 마감은 4칸부터 생깁니다. 칸 사이를 메우는 문장도 있습니다.
- Sometime this week would be great.이번 주 중에 해 주시면 좋겠어요.요일은 못 박지 않고 주 단위로만 말할 때
- The sooner the better, but I need it by Friday at the latest.빠를수록 좋지만, 늦어도 금요일까지는 필요합니다.빨리 받고 싶지만 넘기면 안 되는 선이 있을 때
03가장 흔한 오독
at your earliest convenience는 기한이 없어서 급함과 여유 사이에서 읽힙니다
사전은 “되도록 일찍” 정도로 풀지만 문장의 중심은 상대의 편의(convenience)라서 기한은 정해지지 않습니다. 급한 일에 쓰면 여유 있는 부탁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earliest가 “가장 이른”이라 서두르라는 말로 외우기 쉽고, 영어 사전에도 “가능한 한 빨리”에 가깝게 풀려 있습니다. 다만 문장의 중심은 convenience, 곧 상대가 편한 때입니다. “당신이 편한 때 가운데 가장 이른 때”라는 짜임이라 일정을 정하는 쪽은 받는 사람입니다.
격식 있는 편지나 공문의 점잖은 문구라 급하지 않은 일에는 무난합니다. 점잖게 돌려 말한 재촉으로 읽는 사람도 있고 “편할 때 하라”는 말로 읽는 사람도 있어서, 어느 쪽으로 읽힐지 보낸 사람이 정할 수 없습니다. 마감이 있는 일에는 위험합니다.
“earliest convenience”를 여유로 읽은 상대와의 대화
Hi! I saw your email about the vendor form. I was planning to get to it next week.안녕하세요! 업체 서류 메일 봤어요. 다음 주에 볼 생각이었어요.
Oh, I actually need it signed by Friday for the kickoff.아, 사실 킥오프 때문에 금요일까지 서명이 필요해요.
Ah, I read “at your earliest convenience” as no rush. I can do it today.아, “at your earliest convenience”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읽었어요. 오늘 할게요.
Thanks, and sorry. I should have put the date in the email.고마워요, 미안해요. 메일에 날짜를 적었어야 했는데.
정중한 문구는 급함까지 가릴 수 있습니다. 날짜 하나가 그 빈칸을 채웁니다.
KEY LINE
No rush, but it would help to have it by Friday.at your convenience도 같은 칸의 말입니다. 둘 다 시계를 상대에게 넘기는 표현이니 마감이 있는 일에는 날짜를 붙입니다.
04날짜와 시각
마감에 시각·요일·시간대·이유를 한 문장으로 담으면 ASAP가 필요 없어집니다
마감은 by 뒤에 시각과 요일, 필요하면 시간대를 쓰고 이유를 한 구절 붙이면 됩니다.
「언제까지」에 필요한 정보는 몇 시인지, 무슨 요일인지, 어느 시간대인지, 왜 그 시각인지 네 가지입니다. 이것이 한 문장에 들어가면 ASAP가 하던 말이 상대의 일정표에 올라갈 정보로 바뀝니다.
Could you send me the draft부탁하는 말by 3 p.m.몇 시까지Seoul time on Thursday,어느 시간대의 무슨 요일so I can read it before the client call?왜 그 시각인지
이유 덩어리가 재촉을 일정 공유로 바꿉니다. 시각이 중요하지 않으면 “by Thursday”처럼 요일까지만 써도 됩니다.
시각 대신 회의에 마감을 걸 수도 있습니다.
- Could you get this to me before tomorrow's 10 a.m. meeting?내일 10시 회의 전에 보내 주실 수 있을까요?시각 대신 회의에 걸 때
- I'll need it first thing Monday morning.월요일 아침 제일 먼저 필요합니다.월요일 업무 시작 전이 마감일 때
- No later than 5 p.m. on Friday, please.늦어도 금요일 오후 5시까지 부탁드립니다.더 미룰 수 없는 마감, 격식 있게
- Could you reply within 24 hours?24시간 안에 회신해 주실 수 있을까요?시간의 길이로 정할 때
줄임말은 짧아서 편하지만 몇 시인지는 읽는 사람에게 맡깁니다.
| 줄임말 | 원래 말 | 뜻 | 읽을 때 조심할 점 |
|---|---|---|---|
| ASAP | as soon as possible | 가능한 한 빨리 | 몇 시까지인지 기준이 없다 |
| EOD | end of day | 그날 업무가 끝나기 전까지 | 퇴근 시각으로도 자정으로도 읽힌다 |
| COB | close of business | 그날 업무를 마감하는 시각까지 | EOD와 거의 같고 몇 시인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
| EOW | end of week | 그 주의 마지막 근무일 업무가 끝날 때까지 | 금요일 퇴근 전인지 주말까지인지 사람마다 다르다 |
| FYI | for your information | 참고만 하라는 뜻 | 답할 일이 없다는 표시라 해 달라는 일에는 쓰지 않는다 |
미국 서부 사람이 쓴 “by EOD”는 서울 기준으로 다음 날 오전이 됩니다. 시간대가 다른 상대와는 “by 5 p.m. Seoul time”처럼 어느 도시 기준인지 적으세요.
05급한데 부담은 싫을 때
급한 일은 급하다고 말하되 이유와 조정할 여지를 같이 줍니다
급한 것을 숨기면 답이 늦어지고 시각만 던지면 재촉이 됩니다. 양해 한 번, 시각의 이유, 안 되면 알려 달라는 한 줄을 붙이면 압박이 줄어듭니다.
급한 일을 돌려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는 급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압박은 급하다는 말을 지워서가 아니라 조정할 여지를 주어서 줄어듭니다.
- To
- Dana
- Subject
- Time-sensitive: draft comments by 3 p.m. Thursday
인사·양해Hi Dana,
I know this is short notice.
부탁·시각Could you send me your comments on the draft by 3 p.m. Seoul time on Thursday?
이유The client call got moved up to 4 p.m., and I'd like to have your edits before then.
조정할 여지If that timing doesn't work, just tell me what you can do and I'll adjust.
끝인사Thanks so much,
Jiwoo
급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각과 이유를 적고, 안 되면 조정하겠다고 열어 둡니다. ASAP 한 단어가 빠진 자리를 이 줄들이 채웁니다.
- This one is time-sensitive.이건 시간이 중요한 건입니다.이유 앞에서 먼저 알릴 때. 제목줄에도 씁니다
- I'm up against a deadline on my end, so anything you can do today would help.제 쪽 마감이 코앞이라, 오늘 중으로 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내 사정을 밝히며 부탁할 때
- Could you let me know today whether Thursday is realistic?목요일이 가능한지 오늘 중으로 알려 주시겠어요?마감보다 가능 여부부터 먼저 물을 때
- If you can't get to all of it by then, even a partial draft would help.그때까지 전부는 어렵더라도 일부만 주셔도 도움이 됩니다.범위를 줄여서라도 받아야 할 때
급하다는 사실은 숨기지 않습니다. 시각과 이유가 붙어야 상대가 쓸 수 있는 정보가 됩니다.
ASAP를 받는 쪽일 때도 같은 원리입니다. 하던 일을 멈추기 전에 시각을 되묻습니다. 상대에게는 대개 생각해 둔 시각이 있어서 한 번 묻는 것으로 끝납니다.
KEY LINE
Do you need it today, or is tomorrow morning okay?06잘못 읽히는 문장
대체어를 써도 급함이 엇갈리는 문장은 이렇게 고칩니다
신호가 서로 부딪히거나, until처럼 마감을 뜻하지 않는 말을 쓰거나, URGENT처럼 과하게 강조하거나, 시간대를 빼먹을 때 어긋납니다. 신호는 하나만 쓰고 시각을 적으면 됩니다.
ASAP를 지우고도 급함이 엇갈리는 문장 네 개를 고칩니다.
오독 위험
Please reply at your earliest convenience. I need it today.분명하게Could you reply by 4 p.m. today? I need it for the 5 p.m. review.
앞 문장은 여유이고 뒤 문장은 오늘이라 신호가 부딪힙니다. 상대는 정중한 앞 문장에 맞춰 움직이기 쉽습니다.
오독 위험
Please send it until Friday.분명하게Could you send it by Friday?
until은 그때까지 계속된다는 뜻입니다. 늦어도 그때까지 끝내 달라는 마감에는 by를 씁니다.
오독 위험
Subject: URGENT!!! PLEASE READ분명하게Subject: Time-sensitive: signature needed by noon Thursday
대문자와 느낌표는 스팸이나 당황한 메일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이유와 시각을 제목에 적는 쪽이 눈에 띕니다.
오독 위험
I need it by EOD.분명하게I need it by 5 p.m. Seoul time today.
시간대가 다른 상대에게 EOD만 쓰면 어느 도시의 하루 끝인지 비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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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AP와 마감 표현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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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어도 급할 때는 손이 ASAP로 갑니다. 프렌글은 수업이 없는 날 코치가 매일 카카오톡으로 질문을 보내고, 학습자가 쓴 문장을 사람이 읽고 고쳐 줍니다.
끝다음 연습으로
이번 주에는 시각 한 줄을 먼저 적고 메일을 씁니다
이번 주에 부탁 메일을 쓸 때 영어보다 먼저 정말 필요한 시각을 한국어로 한 줄 적어 두세요. 그 시각을 사다리에서 칸으로 고르고, 4칸 이상이면 by로 시작하는 영어 구절로 옮깁니다. 두 번만 해 보고 상대의 답이 달라지는지 비교해 보세요.
QFAQ
자주 묻는 질문
Q.ASAP 대신 가장 무난하게 쓸 수 있는 표현은 무엇인가요?
by 뒤에 요일과 시각을 쓰는 표현이 가장 무난합니다. “by 3 p.m. Thursday”처럼 적으면 급한 정도가 시각으로 전해지고, 이유를 한 구절 붙이면 재촉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Q.at your earliest convenience는 빨리 해 달라는 뜻인가요?
사전에는 “가능한 한 빨리”에 가깝게 풀려 있지만, 기한을 정하지 않는 정중한 문구라 급함이 잘 전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하실 때 되도록 일찍”으로 읽고 시계를 자기 쪽에 두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감이 있다면 “No rush, but it would help to have it by Friday”처럼 날짜를 붙이세요.
Q.EOD와 COB는 같은 뜻인가요?
둘 다 그날 업무가 끝날 때까지라는 뜻으로 거의 같게 씁니다. 다만 몇 시인지, 어느 시간대인지는 적혀 있지 않아서 EOD를 자정으로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마감은 “by 5 p.m. Seoul time”처럼 시각을 적으세요.
Q.마감을 말할 때 by와 until은 어떻게 다른가요?
by는 늦어도 그 시점까지 끝내 달라는 마감이고, until은 그 시점까지 계속된다는 뜻입니다. “Please send it by Friday”는 금요일 안에 보내 달라는 말이고, “I’ll be here until Friday”는 금요일까지 계속 있겠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