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는 매주 같게 두고,
역할은 돌아가며 맡습니다
셋째 달의 회의실
3월에 여섯 명이 모여 시작한 점심 영어 스터디였습니다. 첫 달에는 돌아가며 발표를 준비해 왔는데, 둘째 달부터 발표 차례가 자꾸 다음 주로 밀렸습니다. 셋째 달 첫 모임 날, 예약해 둔 회의실에 온 사람은 저를 포함해 둘이었습니다. 우리는 “다음 주에는 몇 명이나 올까요?” 같은 말만 한국어로 주고받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직장인 영어 스터디는 처음 몇 주가 가장 뜨겁습니다. 그런데 석 달 뒤에도 모이느냐는 멤버의 열의보다 매주 무엇을 어떤 순서로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야근이 잡히는 주는 누구에게나 오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여럿이 함께하는 모임만 다룹니다. 혼자 하루 틈틈이 하는 공부는 따로 정리한 글이 있습니다.
SUMMARY
오래 가는 스터디는 매주 같은 순서로 돌고, 역할을 돌려 한 사람에게 일이 몰리지 않게 하며, 시간 대부분을 짝 대화에 씁니다. 맞는지 모르는 문장은 목록에 모아 모임 밖에서 확인합니다.
- 다섯 가지 정하기
- 60분 같은 순서
- 짝 대화
- 확인 목록
01흐지부지되는 이유
스터디가 멈추는 자리에는 대개 정해 두지 않은 빈칸이 있습니다
할 일을 매번 새로 정하고, 준비가 한 사람에게 몰리고, 몇 명만 빠져도 쉬는 모임은 바쁜 달 하나를 넘기기 어렵습니다. 멈추는 장면마다 미리 정해 둘 것이 하나씩 있습니다.
| 흔한 장면 | 속사정 | 바꿀 것 |
|---|---|---|
| “오늘은 뭐 하죠?”로 10분이 간다 | 진행 순서가 매번 새로 정해진다 | 매주 같은 순서로 돌린다 |
| 모임장 혼자 자료·연락·진행을 맡는다 | 그 사람이 바빠지는 주에 모임이 멈춘다 | 역할을 매주 돌린다 |
| 두 명이 빠지자 “이번 주는 쉬죠”가 나온다 | 모임이 열리는 조건이 없다 | “두 명이면 연다”고 정해 둔다 |
| 발표 차례가 오는 주에 결석한다 | 준비가 무거워 바쁜 주를 못 버틴다 | 준비 없이 하는 짝 대화로 바꾼다 |
| 석 달째 같은 실수를 한다 | 서로 틀린 곳을 짚어 주지 못한다 | 확신 없는 문장을 모아 밖에서 확인한다 |
다섯 장면 가운데 셋 이상이 우리 모임 이야기라면, 멤버를 탓하기 전에 굴러가는 방식부터 손볼 때입니다.
02처음 정할 다섯 가지
첫 모임 전에 인원·주기·시간·규칙·자료부터 정해 둡니다
네 명 안팎, 주 1회 같은 요일, 60분, “두 명이면 연다”는 규칙, 준비가 10분이면 끝나는 자료가 무난한 출발점입니다.
공부 계획보다 이 다섯 가지가 먼저입니다. 정해 두지 않은 것은 바쁜 주마다 다시 의논하게 되고, 의논이 길어진 주는 대개 쉬는 주가 됩니다.
| 항목 | 출발점 | 이유 |
|---|---|---|
| 인원 | 4명 안팎(3~6명) | 두 쌍으로 짝 대화를 돌리고, 한두 명이 빠져도 열립니다. 여섯 명을 넘기면 체크인처럼 돌아가며 말하는 단계가 길어집니다. |
| 주기 | 주 1회, 같은 요일 같은 시각 | 격주는 한 번 빠지면 한 달 가까이 비고, 주 2회는 바쁜 달에 버티기 어렵습니다. |
| 시간 | 60분, 시작과 끝을 고정 | 끝나는 시각이 분명해야 뒤에 일정이 있는 사람도 나옵니다. |
| 규칙 | 두 명이면 연다 · 빠질 때는 전날까지 알린다 | 열리는 조건이 정해져 있으면 “이번 주는 쉴까요”를 묻지 않습니다. |
| 자료 | 질문 카드, 그 주의 회사 일 | 교재 진도를 나가면 한 번 빠진 사람이 따라오기 어렵습니다. |
시간대는 셋 중에서 고릅니다. 점심은 모이기 쉽지만, 점심시간이 한 시간이면 밥 먹는 시간을 빼고 40분 남짓이 남아 순서를 줄여 돌립니다. 퇴근 직후는 60분을 다 쓸 수 있는 대신 야근과 회식에 먼저 밀립니다. 저녁 온라인 모임은 이동이 없지만 카메라를 끄고 듣기만 하는 사람이 생기기 쉬워, “카메라는 켠다”를 규칙에 넣고 짝 대화는 화상회의 도구의 소회의실 기능으로 나눕니다.
같은 회사 사람끼리라면 모임에서는 직급 대신 이름이나 영어 이름으로 부르기로 정하세요. “과장님” 같은 호칭이 끼어들면 회사의 위아래가 그대로 따라 들어오고, 윗사람 앞에서 틀리기 싫어 말을 아끼는 사람도 생깁니다.
0360분 진행 순서
한 번의 모임은 60분, 다섯 단계를 매주 같은 순서로 돌립니다
체크인, 짝 대화, 짝 바꿔 다시 말하기, 막힌 문장 모으기, 다음 주 정하기 순서입니다. 순서가 매주 같으면 처음 진행을 맡은 사람도 단계 이름만 읽으면 되니, 진행·시간·기록 세 역할을 매주 옆 사람에게 넘길 수 있습니다.
- 진행체크인돌아가며 이번 주 일을 한 문장씩 말하고, 듣는 쪽이 질문을 하나씩 붙입니다.Who wants to go first?
- 시간짝 대화두 명씩 질문 카드로 묻고 답하다가, 절반이 지나면 묻는 쪽을 바꿉니다.Pick a card and ask your partner.
- 시간짝 바꿔 다시 말하기짝을 바꿔 같은 이야기를 한 번 더 합니다. 처음에 막힌 곳을 고쳐 말할 기회입니다.Switch partners and tell the same story again.
- 기록막힌 문장 모으기못 한 말을 모아 다 같이 영어로 만들어 봅니다.Was there anything you wanted to say but couldn't?
- 진행다음 주 정하기역할을 한 칸씩 넘기고 다음 주 카드 담당을 정합니다.So who's leading next week?
60분을 나누는 예 · 네 명 모임
예시 · 실제 수치가 아닙니다60분의 절반을 두 명씩 말하는 데 쓰고 발표는 넣지 않았습니다. 점심 모임이면 짝 대화를 한 번으로, 체크인을 5분으로 줄여 40분에 맞춥니다.
진행 담당은 단계를 넘기고 말이 적었던 사람에게 차례를 돌립니다. 시간 담당은 남은 시간을 알리고 한국어로 샌 이야기를 영어로 되돌립니다. 기록 담당은 막힌 문장과 맞는지 모르는 문장을 받아 적어 공유합니다. 역할을 맡은 사람도 짝 대화에는 똑같이 참여합니다.
- Okay, it's time. Let's kick things off.자, 시간 됐네요. 시작할게요.진행 · 다 모이지 않았어도 정시에
- Let's hear from someone we haven't heard from yet.아직 말씀 안 하신 분 이야기도 들어 볼게요.진행 · 말이 한두 사람에게 몰릴 때
- Two minutes left.2분 남았습니다.시간 · 단계가 끝나기 전에
- Let's switch back to English.다시 영어로 돌아가죠.시간 · 한국어 이야기가 길어질 때
- Hold on, let me write that down.잠깐만요, 그거 적어 둘게요.기록 · 누가 막혔던 말을 꺼냈을 때
KEY LINE
Let's start with a quick check-in, one sentence each.04짝 대화
같은 60분이라도 발표 대신 짝 대화로 돌리면 말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네 명 모임으로 어림하면, 돌아가며 발표할 때 한 사람이 영어로 말하는 시간은 15분을 넘기 어렵고 두 명씩 짝을 지어 말하면 20분 남짓이 됩니다. 준비 부담도 짝 대화 쪽이 가볍습니다.
어림셈은 이렇습니다. 발표형은 한 번에 한 사람만 말하니 넷이면 한 사람 몫이 많아야 15분이고, 실제로는 내 발표 10분에 질문 몇 개에 답하는 정도입니다. 짝 대화형은 두 쌍이 동시에 말하니 짝 대화 30분의 절반인 15분에 체크인과 막힌 문장 모으기에서 말하는 몫을 더해 20분 남짓이 됩니다. 말하는 시간의 의미는 따로 다룬 글이 있습니다.
같은 60분, 두 가지 진행네 명 모임 기준
발표형
한 명이 말하고 셋이 듣는다자료를 만들어 와야 해서 바쁜 주에 결석이 늘고, 써 온 문장을 읽는 시간이 길어집니다.짝 대화형
두 쌍이 동시에 말한다질문 카드만 있으면 준비 없이 시작하고, 예상 못 한 질문에 그 자리에서 답하는 연습이 됩니다.발표는 영어 발표를 앞둔 멤버가 있는 주에만 넣습니다. 짝 대화 한 번을 그 사람의 리허설로 바꾸면 됩니다.
질문 카드는 첫 모임에서 각자 회사 생활에 관한 질문을 영어로 다섯 장씩 써 모으면 됩니다. 짝 대화가 금방 끊긴다면 대개 질문이 카드 한 장에서 멈췄기 때문입니다. 답이 한 문장에서 끝나면 듣는 쪽이 꼬리 질문을 붙입니다.
카드 한 장에서 꼬리 질문으로 이어지는 짝 대화
Okay, my card says, 'Tell me about a mistake you made at work.'자, 제 카드는 “회사에서 했던 실수 하나를 이야기해 주세요”네요.
Last month, I sent a report to the wrong client.지난달에 보고서를 엉뚱한 고객사에 보냈어요.
Oh no. What did you do?저런.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I called them right away. They were really nice about it.바로 전화했는데, 정말 너그럽게 넘어가 줬어요.
Has anything changed since then?그 뒤로 달라진 게 있어요?
Now I always double-check the recipient before I hit send.이제는 보내기 전에 받는 사람을 꼭 한 번 더 확인해요.
카드의 질문은 첫 줄 하나였고, 나머지는 Jamie의 짧은 꼬리 질문이었습니다.
- What was the hardest part?제일 힘들었던 건 뭐였어요?일이나 프로젝트 이야기 뒤에
- How did your team take it?팀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였어요?결정이나 소식을 전한 이야기 뒤에
- What would you do differently next time?다음에는 뭘 다르게 하실 것 같아요?실수나 아쉬웠던 일 이야기 뒤에
- Wait, messy how?잠깐만요, 엉망이었다니 어떤 식으로요?뜻이 넓은 단어가 나왔을 때 · 그 단어에 how만 붙여 되묻습니다
KEY LINE
So how did it turn out?05교정의 빈칸
서로 틀린 곳을 짚기 어려우면, 확신 없는 문장을 모아 모임 밖에서 확인합니다
비슷한 수준끼리는 실수도 닮아서 서로의 실수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맞는지 다투지 말고 목록에 모은 뒤, 사전 예문이나 원어민이 쓴 글, 수업처럼 모임 밖에서 확인합니다.
같은 회사, 비슷한 수준의 멤버는 한국어에서 옮겨 온 습관도 같습니다. 모두가 같은 문장을 같은 방식으로 말하면 그 문장은 아무에게도 어색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아래는 그렇게 지나가기 쉬운 문장입니다.
어색
My team is very busy recently.자연My team has been very busy lately.
“요즘”을 옮긴 recently는 현재형 is와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얼마 전부터 계속 바쁘다면 has been으로 바꾸고(recently·lately 둘 다 됩니다), 현재형을 살리려면 these days를 씁니다.
어색
I went to business trip last week.자연I went on a business trip last week.
출장은 go on a business trip이고, a가 들어갑니다.
어색
I'm working in marketing team.자연I'm on the marketing team.
팀 소속은 미국 영어에서 on the team, 영국 영어에서 in the team이라고 많이 합니다. 어느 쪽이든 팀 이름 앞에는 the가 붙습니다.
어색
Time is over.자연Time's up.
“시간 끝났어요”를 그대로 옮긴 말이라 어색합니다. 정해진 시간이 다 됐을 때는 Time's up이라고 합니다.
서로 선생님 노릇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아듣기 어려웠다고 말해 주기만 해도 말한 사람은 다시 말해 볼 기회를 얻습니다. 고칠 말이 떠올라도 확신이 없으면 그렇다고 밝히고 목록으로 넘깁니다.
- Sorry, I didn't quite follow that. Could you put it another way?죄송한데 잘 못 알아들었어요. 다른 말로 한 번 더 해 줄래요?틀렸다고 하는 대신, 말이 꼬여 알아듣기 어려울 때
- I'd say 'lately' there, but I'm not a hundred percent sure.저라면 거기서 lately라고 할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아요.고칠 말이 떠오르지만 확신이 없을 때
- Does anyone know how to say this in English?이 말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아시는 분 있어요?다 같이 막힌 말이 나왔을 때. 예컨대 “결재 받다”는 보통 get approval이나 get sign-off라고 합니다
KEY LINE
I'm not sure about that one, so let's put it on the list.목록은 기록 담당이 공유하고, 다음 모임 전까지 돌아가며 사전 예문이나 해외 동료의 메일처럼 원어민이 쓴 글에서 확인합니다. 확인한 문장은 다음 체크인에서 한 번씩 써 봅니다.
그래도 남는 문장은 고쳐 줄 사람이 있는 자리로 가져갑니다. 프렌글에서는 1:1 수업에서 말한 문장을 원어민 강사가 그 자리에서 고쳐 주고, 수업과 함께 매일 코칭을 고르면 수업이 없는 날에도 코치의 질문에 답한 문장을 사람이 읽고 고쳐 줍니다.
06흐지부지 신호
시작이 늦어지고 한국어가 길어지면, 모임을 줄여서라도 다시 엽니다
정시 시작이 밀리고, 영어 구간에 한국어가 길어지고, “이번 주는 쉴까요”가 잦아지면 흐지부지되기 직전입니다. 이때는 멤버를 다그치기보다 모임을 30분으로 줄이고 역할을 다시 나눠 4주만 돌려 봅니다.
스터디는 어느 날 갑자기 끝나지 않습니다. 기록 목록이 공유되지 않는 주가 생기고, 단체 대화방에 “이번 주는 쉬어 갈까요?”가 두 번 연달아 올라왔다면 신호는 이미 여러 번 지나간 뒤입니다.
다시 살릴 때는 모임을 키우지 말고 줄입니다. 60분을 30분으로 줄여 체크인과 짝 대화만 남기고, 역할을 다시 나누고, “앞으로 4주만”처럼 끝나는 날을 정합니다. 4주 뒤에 계속할지를 각자 고르게 하면, 그다음부터 모임에 남는 사람은 스스로 남기로 한 사람들입니다.
스터디를 오래 가게 하는 것은 멤버의 의지가 아니라, 의지가 약한 주에도 모임이 열리게 하는 장치입니다. 같은 순서, 돌아가는 역할, 두 명이면 연다는 규칙이 그 장치입니다.
아래 항목은 진단 도구가 아니라, 지금 우리 스터디가 어디쯤 와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는 목록입니다.
우리 스터디 점검
0 / 6
해당하는 항목을 눌러 체크해 보세요.
끝다음 연습으로
이번 주에는 모임 공지 한 장부터 쓰세요
이번 주에는 요일과 시각, 60분 다섯 단계, 진행·시간·기록을 맡을 세 사람의 이름을 한 화면에 들어가게 적어 단체 대화방에 올리세요. 아직 모임이 없다면 역할 칸은 비워 둔 채 함께할 동료 세 명에게 보내면 됩니다. 순서와 역할이 한 번 돌아가고 나면, 그다음 주부터는 누가 진행을 맡아도 같은 모임이 열립니다.
QFAQ
자주 묻는 질문
Q.직장인 영어 스터디는 몇 명이 적당한가요?
네 명 안팎이 무난합니다. 두 명씩 짝을 지으면 두 쌍이 나오고, 한두 명이 빠져도 모임이 열립니다. 여섯 명을 넘기면 체크인처럼 돌아가며 말하는 단계가 길어지니 두 모임으로 나누는 것도 방법입니다.
Q.영어 스터디는 어떤 순서로 진행하면 되나요?
체크인, 짝 대화, 짝 바꿔 다시 말하기, 막힌 문장 모으기, 다음 주 정하기의 다섯 단계를 60분 동안 매주 같은 순서로 돌리면 됩니다. 순서가 같으면 누가 진행을 맡아도 모임이 같은 모양으로 굴러갑니다.
Q.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스터디를 해도 늘까요?
말하는 양은 충분히 늘릴 수 있습니다. 다만 비슷한 수준끼리는 서로 틀린 문장을 짚어 주기 어려우니, 확신 없는 문장을 목록에 모아 사전 예문이나 원어민이 쓴 글, 수업처럼 모임 밖에서 확인하는 길을 함께 만들어 두세요.
Q.영어 스터디가 흐지부지될 때는 어떻게 하나요?
모임을 키우지 말고 줄여서 다시 엽니다. 60분을 30분으로 줄여 체크인과 짝 대화만 남기고, 역할을 다시 나눈 뒤 4주처럼 끝나는 날을 정해 돌려 보세요. 4주 뒤에 계속할지를 각자 고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