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메일의 정중함은
분명함과 호의에서 나옵니다
겸손을 그대로 믿은 답장
본사에 비용 절감안을 보내며 “제가 잘 모르지만”을 옮겨 “I don’t know much about this area, but…”으로 메일을 열었습니다. 조심스러워 보이고 싶었을 뿐인데, 돌아온 답장은 “Thanks. Maybe we should wait until someone from Finance can review it.”였습니다. 석 달을 준비한 안은 그렇게 다음 분기로 밀렸습니다.
비즈니스 영어 이메일의 정중함은 사과와 낮추기가 아니라,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상대의 수고를 알아보는 호의 한 구절에서 나옵니다. 한국식 정중함을 그대로 옮기면 자신 없거나 부탁이 없는 메일로 읽히기 쉽습니다.
이 글은 한국식 정중함이 영어 메일에서 어긋나는 네 순간을 다룹니다. 사과가 넘칠 때, 겸손이 지나칠 때, 「잘 부탁드립니다」를 옮길 때, 돌려 말하다 부탁이 사라질 때입니다. 사과의 무게를 고르는 법, 감사 표현, 첫 인사와 끝인사를 옮기는 법은 따로 정리한 글이 있습니다.
SUMMARY
한국식 정중함의 사과·낮추기·돌려 말하기는 영어 메일에서 잘못이나 자신 없음, 부탁 없음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사과와 겸손은 덜고,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쓴 뒤 호의 한 구절을 붙입니다.
- 사과 덜기
- 겸손 덜기
- 인사는 장면 말로
- 분명하게 + 호의
01정중함의 재료
한국어 메일과 영어 메일은 정중함을 만드는 재료가 다릅니다
한국어 업무 메일은 사과와 낮추기, 돌려 말하기로 예의를 갖추고, 영어 업무 메일은 분명한 부탁과 상대를 배려하는 한 구절로 예의를 갖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료를 그대로 옮기면 정중함은 전해지지 않고 망설임만 남습니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부족하지만”, “혹시 시간 되시면”은 한국어 메일에서 상대를 높이는 말입니다. 읽는 사람도 이 말을 정중함의 신호로 걸러 읽습니다. 영어로 옮기면 그 신호는 사라지고 낱말의 뜻만 남습니다. 사과는 잘못으로, 낮추기는 자신 없음으로, 돌려 말하기는 부탁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고치기 전 메일 한 통, 아홉 줄은 어디에 쓰였나
예시 · 실제 수치가 아닙니다부탁은 아홉 줄 가운데 한 줄, 그것도 맨 끝에 돌려 말한 꼴로 있었습니다. 받는 사람은 이 메일을 사과와 설명으로 읽습니다.
이어지는 절은 이 아홉 줄을 차례로 줄여 갑니다. 사과를 덜고, 낮추기를 덜고, 인사를 장면에 맞추고, 남은 자리에 분명한 부탁과 호의를 씁니다.
02사과가 넘칠 때
사과는 내 실수에만 쓰고, 부탁 앞의 “죄송하지만”은 다른 말로 바꿉니다
부탁 앞의 “죄송하지만”은 Sorry로 옮기지 말고 상대의 사정을 짚는 말로 바꿉니다. 한국어에서는 부탁을 부드럽게 하는 쿠션이지만, 영어로 옮기면 실제로 잘못한 일이 있는 것처럼 읽히기 쉽습니다.
사과 단어의 무게, 그리고 늦은 답장처럼 Sorry 대신 Thank you를 쓰는 자리는 사과 메일을 다룬 글에 정리했습니다. 여기서는 한국어 메일 습관에서 나오는 사과를 봅니다. 다시 묻거나, 급하게 부탁하거나, 상대 쪽 파일이 잘못 왔을 때도 한국어 메일은 사과부터 하곤 합니다.
어색
I'm sorry to ask you again and again.자연One last question on this, I promise.
질문을 여러 번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동료에게는 사과 대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가볍게 말하면 부담 없이 읽힙니다.
어색
Sorry for the sudden request.자연This is a last-minute ask, so no worries if you can't fit it in.
급하다는 사실은 그대로 알리고, 못 해도 괜찮다는 말로 부담을 덜어 줍니다.
어색
Sorry for the trouble, but could you resend the contract?자연Could you resend the contract? The copy I received is missing page 4.
다시 보내 달라는 이유가 받은 파일에 있다면 내가 사과할 일이 아닙니다. 무엇이 빠졌는지만 알리면 됩니다.
어색
Sorry, I have a question.자연Quick question about the shipping terms.
질문은 업무입니다. 사과로 열면 질문이 폐가 되는 일처럼 들리니, 무엇에 대한 질문인지로 엽니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가 하던 일은 상대의 사정을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영어에서는 사과 없이 그 사정을 짚으면 됩니다. 바쁘신 줄 안다고만 쓰기보다 무엇으로 바쁜지를 짚으면 인사치레가 아닌 말로 읽힙니다.
- I know you're deep in audit prep this week.이번 주에 감사 준비로 한창 바쁘신 줄 압니다.“바쁘신데 죄송합니다” 대신, 상대가 무엇으로 바쁜지 알 때
- This is a quick one, ten minutes at most.금방 끝나는 일이라 길어야 10분이면 됩니다.“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대신, 부탁이 작다는 걸 알릴 때
KEY LINE
I realize this adds to your plate, so tell me if the timing doesn't work.03겸손이 지나칠 때
“제가 잘 몰라서”는 영어 메일에서 겸손이 아니라 정말 모른다는 말로 읽힙니다
낮추는 말은 빼고, 내가 확인한 것과 상대 의견이 필요한 곳을 나눠 씁니다. 한국어의 겸손 표현은 읽는 사람이 걸러 읽지만, 영어 업무 메일에서는 말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이야기 속 비용 절감안이 밀린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본사 팀장은 “잘 모르지만”을 예의로 걸러 듣지 않고, 보낸 사람도 확신이 없다는 정보로 받아들였습니다.
| 쓰려던 말 | 옮긴 영어 | 받는 사람이 읽는 뜻 | 바꿔 쓰는 말 |
|---|---|---|---|
| 제가 잘 모르지만 | I don’t know much about this, but… | 이 안을 믿어도 되나 | Here’s what I found, and I’d value your view on the numbers. |
| 부족한 자료지만 | It’s not much, but here’s my draft. | 대충 만든 초안 | Here’s a first draft. The budget part is still rough. |
| 짧은 생각이지만 | This is just my humble opinion. | 지나치게 낮춘 말이라 어색하고, 농담처럼 들리기도 함 | My suggestion is to start with the two largest stores. |
| 이런 걸 여쭤봐도 될지 | This may be a stupid question, but… | 스스로 값을 깎은 질문 | One thing I couldn’t find in the guidelines: |
바꿔 쓴 말이 자신만만한 문장은 아닙니다. 확인한 것은 확인했다고 말하고, 상대에게 묻고 싶은 곳은 따로 짚을 뿐입니다. 영어 메일에서 겸손은 낮추는 말보다 상대의 의견을 구하는 자리에서 드러납니다.
KEY LINE
Here's what I'd recommend, but I'm open to other ideas.04인사를 옮길 때
「잘 부탁드립니다」와 「수고하셨습니다」는 낱말 대신 장면에 맞는 말로 바꿉니다
두 인사는 낱말을 옮기지 말고, 장면을 먼저 정한 뒤 그 장면에서 영어 메일이 쓰는 말로 바꿉니다. 한국어는 한 마디로 여러 장면을 덮지만, 영어 메일은 새 동료를 맞을 때, 일을 넘길 때, 일이 끝났을 때 쓰는 말이 저마다 다릅니다.
메일 맨 끝의 두 인사, 그리고 처음 함께 일하는 상대에게 쓰는 말은 끝인사와 첫 인사를 정리한 글에서 다뤘습니다. 여기서는 그 밖의 자리, 곧 새로 온 동료를 맞을 때, 새 팀에 나를 소개할 때, 자리를 비우며 일을 넘길 때, 상대가 큰일을 끝냈을 때를 봅니다.
- Welcome to the team! Let me know if you need anything while you're getting settled.팀에 오신 걸 환영해요! 적응하시는 동안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새로 온 동료에게, 「앞으로 잘 부탁해요」 자리
- I'm looking forward to getting to know everyone.앞으로 한 분 한 분 알아 가기를 기대합니다.새 팀에 보내는 자기소개 메일의 끝에
- Thanks for covering while I'm out. The handover notes are in the shared folder.제가 없는 동안 맡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인수인계 메모는 공유 폴더에 있어요.휴가 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와 필요한 정보를 함께
- Congratulations on the launch. The demo went really smoothly.출시 축하드려요. 시연이 정말 매끄럽게 진행됐어요.「수고하셨습니다」 자리, 끝난 일의 결과를 짚어
- Hope the year-end rush isn't too hectic.연말이라 많이 바쁘시죠.「수고 많으십니다」로 여는 자리, 상대가 바쁜 때를 알 때
윗사람에게도 “Great job on the launch!”처럼 칭찬을 보내는 일은 흔합니다. 다만 “Good job.” 한마디만 보내면 점수를 매기는 말처럼 읽힐 수 있어, 「수고하셨습니다」를 윗사람에게 전할 때는 결과를 축하하거나 고마운 점을 함께 짚으면 무난합니다.
05부탁이 사라질 때
돌려 말한 부탁은 영어 메일에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로 읽힙니다
부탁은 질문 꼴로 분명하게 쓰고, 부드러움은 기한의 여유나 부담을 덜어 주는 한 구절로 더합니다. “시간 되시면 한번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를 그대로 옮기면 영어에서는 급하지 않은 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로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한국어 메일에서는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가능하시면”처럼 부탁의 끝을 흐려 예의를 갖춥니다. 영어로 옮기면 if you have time, maybe, it would be nice가 겹치고, 읽는 사람은 이것을 꼭 해야 하는 일로 보지 않습니다.
돌려 말한 부탁 메일을 보낸 다음 날, 동료와 메신저로 나눈 대화
Thanks for the lovely email! I'll have a look at the deck once things quiet down. End of next week, maybe?메일 고마워요! 일이 좀 잠잠해지면 자료 볼게요. 다음 주 말쯤이요?
That might be a bit late, actually. The client review is on Tuesday, so I'd need your notes by Monday noon.사실 그러면 좀 늦어요. 고객 검토가 화요일이라 월요일 정오까지 의견이 필요해요.
Oh! Your email made it sound like there was no rush. Monday noon works.아! 메일만 봐서는 급하지 않은 줄 알았어요. 월요일 정오면 돼요.
Thanks, that really helps. Rough notes are totally fine.고마워요, 정말 도움이 돼요. 대충 적은 메모도 충분해요.
Great. You'll have them Monday morning.좋아요. 월요일 오전에 보낼게요.
Claire는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었지만 급한 일로는 읽지 않았습니다. 정중함은 전해졌고, 기한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처음 메일에 기한 한 줄이 있었다면 이 대화는 필요 없었습니다.
돌려 말하는 습관이 크게 어긋나는 곳이 하나 더 있습니다. 문제를 알릴 때입니다. 금액이 틀린 청구서를 두고 “There seems to be a small issue.”라고 쓰면, 받는 사람은 급하지 않은 작은 일로 읽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틀렸는지를 먼저 쓰고, 부드러움은 다음 문장에서 더합니다.
06분명하게, 그리고 호의
영어식 정중함은 분명한 부탁 한 문장에 호의 한 구절을 더해 만듭니다
무엇을 언제까지 원하는지를 질문 꼴로 분명하게 쓰고, 상대의 사정을 알아보거나 부담을 덜어 주는 구절을 하나 붙입니다. 사과와 낮추기를 뺀 자리에 이 한 구절이 들어가면 메일은 짧아지고 더 정중하게 읽힙니다.
Could you review the deck and send me your notes부탁 · 무엇을by Monday noon,기한even just a few bullet points,호의 · 부담 덜기so I can update it before the client review?이유
셋째 덩어리가 한국어의 “간단하게라도 괜찮습니다”가 하던 일을 합니다. 사과 없이도 상대의 수고를 덜어 주는 말이라 부탁이 부드러워집니다.
호의를 담는 구절은 몇 가지로 모입니다. 답의 모양을 가볍게 해 주는 말, 기한을 조정할 자리를 남기는 말, 지난번 도움을 구체적으로 짚는 말입니다.
- A quick reply from your phone is totally fine.폰으로 짧게 답하셔도 전혀 괜찮습니다.답의 모양을 가볍게 해 줄 때
- If Monday is too tight, just tell me what's realistic.월요일이 너무 빠듯하면 언제가 가능한지만 알려 주세요.기한을 정하되 조정할 자리를 남길 때
- Your notes on the last deck saved me a lot of back-and-forth.지난번 자료에 주신 의견 덕분에 주고받을 일이 많이 줄었어요.부탁 앞에, 지난번 도움을 구체적으로 짚을 때
비즈니스 영어 이메일의 정중함은 낮추는 말의 개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상대의 수고를 알아보는 한 구절을 붙이면 짧은 메일도 충분히 정중합니다.
아래 목록은 진단 도구가 아니라, 최근에 보낸 영어 메일을 떠올리며 한국식 정중함이 어디에 남아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는 목록입니다.
내 메일 속 한국식 정중함
0 / 6
해당하는 항목을 눌러 체크해 보세요.
끝다음 연습으로
이번 주에는 보낸 메일 한 통에서 sorry 세어 보기
이번 주에 보낸 영어 메일 한 통을 열어 sorry와 낮추는 말에 표시해 보세요. 실제 실수에 대한 사과가 아니면 지우고, 그 자리에 무엇을 원하는지 한 문장과 호의 한 구절을 넣습니다. 다음 메일부터는 그 두 줄을 먼저 쓰고 시작하면 됩니다.
QFAQ
자주 묻는 질문
Q.비즈니스 영어 이메일에서 “죄송하지만”은 어떻게 옮기나요?
Sorry로 옮기지 않는 쪽이 자연스럽습니다. 작은 부탁이면 금방 끝나는 일이라고 알리고, 시간이 꽤 드는 부탁이면 시기가 맞지 않을 때 말해 달라는 구절을 붙이세요. 사과는 실제로 내가 실수했을 때 한 번만 씁니다.
Q.“잘 부탁드립니다”는 영어 이메일에서 어떻게 쓰나요?
낱말을 옮기지 말고 장면에 맞는 말로 바꿉니다. 새로 온 동료에게는 환영 인사와 함께 도울 일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쓰고, 자리를 비우며 일을 맡길 때는 고맙다는 말과 인수인계 자료의 위치를 함께 씁니다.
Q.비즈니스 영어 이메일에서 겸손하게 쓰면 안 되나요?
겸손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제가 잘 몰라서”, “부족하지만” 같은 낮추는 말은 영어에서 말 그대로 읽혀 내용을 믿기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확인한 것은 확인했다고 쓰고, 의견을 구하고 싶은 곳을 짚는 방식으로 겸손을 드러내세요.
Q.영어 이메일에서 부탁을 직접적으로 하면 무례하지 않나요?
Could you…? 같은 질문 꼴로 쓰면 직접적이어도 무례하게 읽히는 일은 드뭅니다. 무례하게 읽히는 것은 대개 명령문이나 이유 없는 재촉입니다. 기한과 이유를 분명히 쓰고 부담을 덜어 주는 한 구절을 붙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