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지 않는 스피킹,
먼저 세 칸이 비었는지 봅니다
녹음 속 내 목소리
영어 회화 모임에 나간 지 반년째, 모임이 끝나면 늘 오늘도 영어를 꽤 썼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휴대폰 녹음을 켜 두었다가 집에 와서 들어 보니, 한 시간 동안 제 목소리가 이어진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았습니다. 그마저 “Yeah, me too.”와 “That’s interesting.”이 대부분이었고, 제 문장을 고쳐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영어 스피킹이 늘지 않을 때는 공부법을 바꾸기 전에 세 가지를 먼저 봅니다. 실제로 입 밖으로 낸 양, 그 말이 새로 만든 문장이었는지, 그 문장을 고쳐 준 사람이 있었는지입니다.
세 가지는 차례로 이어져 있습니다. 말한 양이 적으면 새 문장을 만들 기회가 적고, 새 문장이 없으면 고칠 거리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앞에서부터 확인하고, 처음 비어 있는 칸에 손을 씁니다.
아는 말이 순간 안 나오는 문제와 한동안 늘다가 멈춘 정체기는 따로 정리한 글이 있습니다. 이 글은 그보다 앞에서, 말하기 연습이 제대로 돌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데 씁니다.
SUMMARY
스피킹이 늘지 않으면 말한 양 → 새 문장 → 고쳐 주는 사람 순서로 확인합니다. 손은 가장 앞쪽 빈칸 하나에만 대고, 한 주 뒤 녹음으로 다시 봅니다.
- 말한 양 재기
- 새 문장 세기
- 교정 길 열기
- 빈칸부터 채우기
01① 말한 양
말한 양은 수업 시간이 아니라 녹음에 남은 내 목소리 길이로 잽니다
말한 양은 수업이나 모임에 앉아 있던 시간 가운데 내 목소리가 실제로 나온 시간만 셉니다. 대화 한 번을 녹음해 내 목소리 구간만 더해 보면 짐작과 얼마나 다른지 보입니다.
회화 수업 한 시간이 그대로 말한 한 시간은 아닙니다. 상대의 설명을 듣고, 다른 사람 차례를 기다리고, 할 말을 머릿속으로 고르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대답이 “Yeah.” 한마디로 끝났다면 그 차례에 말한 양은 1초 남짓입니다.
확인은 한 번이면 됩니다. 다음 수업이나 대화를 녹음해 두었다가, 들으면서 내 목소리가 나온 구간의 시작과 끝을 적습니다. 구간을 다 더하면 그날 실제로 말한 양이 나옵니다. 녹음하기 전에는 상대에게 먼저 묻습니다.
KEY LINE
Do you mind if I record this so I can listen to it again later?녹음을 들어 보면 말한 줄 알았던 시간 가운데 상당 부분이 빠집니다. 흔히 빠지는 시간은 이렇습니다.
| 시간 | 빠지는 이유 | 말한 양으로 바꾸려면 |
|---|---|---|
| 상대의 설명 듣기 | 알아듣는 시간이지 꺼내는 시간이 아닙니다 | 설명이 끝나면 들은 내용을 내 말로 한 문장 되짚기 |
| 머릿속으로 문장 고르기 | 소리가 나지 않아 발음과 속도는 연습되지 않습니다 | 고른 문장은 틀려도 일단 소리 내기 |
| 채팅창에 쳐서 답하기 | 말하기보다 쓰기에 가깝습니다 | 친 문장을 소리 내어 한 번 읽기 |
| 맞장구 한마디 | 내 차례가 한두 단어로 끝납니다 | 맞장구 뒤에 내 경우를 한 문장 붙이기 |
처방은 말하는 자리를 새로 늘리기 전에, 이미 있는 내 차례를 길게 쓰는 데서 시작합니다. 대답 뒤에 한 문장을 더 붙이고, 상대가 내 말을 대신 마무리해 주려 할 때 차례를 지키면 같은 시간 안에서 말한 양이 늘어납니다.
- Can I give it a try before you explain?설명해 주시기 전에 제가 먼저 해 봐도 될까요?강사가 답이나 예문을 먼저 말해 주려 할 때
- I'd like to get as much speaking practice as I can today.오늘은 말하기 연습을 최대한 많이 하고 싶어요.수업이나 대화를 시작할 때 미리
- Could you ask me a few follow-up questions?제 대답에 몇 가지 더 물어봐 주실래요?내 대답이 짧게 끝나 버렸을 때
- Hang on, let me try to finish that myself.잠깐만요, 끝까지 제가 말해 볼게요.상대가 내 말을 대신 끝내 주려 할 때
- Let me give you an example.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대답이 한마디로 끝날 것 같을 때 한 문장 더 붙이며
녹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지 않아도 됩니다. 10분 구간 하나만 골라 들어도 내 차례가 한마디로 끝나는지, 두세 문장까지 이어지는지 보입니다.
02② 새 문장
전에 해 본 문장만 되풀이하면 말한 양이 늘어도 문장을 만드는 힘은 그대로입니다
자기소개나 외워 둔 답처럼 이미 입에 붙은 문장은 몇 번을 말해도 문장을 새로 만드는 연습이 되지 않습니다. 녹음에서 그 자리에서 처음 만든 문장이 몇 개였는지 세어 보면, 말한 양 가운데 실제로 연습이 된 부분이 보입니다.
말하기에는 두 가지 일이 섞여 있습니다. 이미 입에 붙은 문장을 꺼내는 일과, 그 자리에서 단어와 어순을 골라 처음 문장을 만드는 일입니다. 꺼내는 말은 막힘이 없어서 잘하고 있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실제 대화에서 막히는 곳은 대개 만드는 말 쪽입니다.
확인은 ①에서 쓴 녹음으로 합니다. 내 문장마다 전에 해 본 말이면 ○, 그 자리에서 처음 만든 말이면 ●를 붙입니다. 맞장구와 자기소개, 매번 하는 근황 이야기는 ○입니다. ●가 손에 꼽을 정도라면 말한 양이 있어도 이 칸은 비어 있습니다.
처방은 외운 답이 끼어들 틈을 줄이는 쪽입니다. 준비한 답은 첫 문장까지만 쓰고 나머지는 그 자리에서 만듭니다. 늘 받는 질문 대신 처음 받는 질문을 부탁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KEY LINE
Can you ask me something I haven't answered before?처음 만드는 문장은 시작이 늦습니다. 첫마디를 여는 말을 몇 개 쥐고 있으면, 침묵하는 대신 그 말로 시간을 벌면서 다음 단어를 고를 수 있습니다.
- I haven't talked about this in English before, so bear with me.이 얘기는 영어로 해 본 적이 없어서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처음 받는 질문에 답을 시작할 때
- I'd have to say Monday mornings are the toughest.월요일 아침이 제일 힘들다고 해야겠네요.“한 주에서 제일 힘든 게 뭐예요?”처럼 준비 없이 답할 때
- Scratch that. Let me try again.방금 건 취소할게요. 다시 말해 볼게요.만들던 문장이 꼬여 처음부터 다시 말할 때
- What I'm trying to say is, we need more time.제 말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거예요.길게 말하다 요점을 다시 잡을 때
- I'm not sure that came out right.방금 말이 제대로 나왔는지 모르겠네요.만든 문장이 맞는지 자신 없을 때
새 문장을 만들기 시작하면 외운 문장에서는 안 보이던 실수가 나옵니다. 그 자리에서 질문을 만들 때 특히 어순이 흔들립니다. 실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만드는 연습이 시작됐다는 표시입니다. 다만 이런 실수는 ③ 칸이 있어야 고쳐집니다.
틀림
Why you didn't tell me?고침Why didn't you tell me?
의문사 다음에는 조동사(didn’t)가 주어보다 먼저 옵니다.
틀림
Who did tell you that?고침Who told you that?
의문사(who)가 주어일 때는 did를 넣지 않고 평서문 순서 그대로 씁니다.
틀림
Do you know where is the station?고침Do you know where the station is?
질문 속에 들어간 질문은 주어 다음에 동사가 오는 평서문 순서로 씁니다.
틀림
How long you have worked here?고침How long have you worked here?
have가 주어 앞으로 나가야 질문이 됩니다.
03③ 고쳐 주는 사람
고쳐 주는 사람이 없다면, 고쳐 받을 방식을 대화 첫머리에 먼저 말해 둡니다
교정은 부탁하지 않으면 잘 들어오지 않으니, 대화를 시작할 때 어떻게 고쳐 받고 싶은지 먼저 말해 둡니다. 지난 2주 사이에 고쳐 받은 내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 칸이 비어 있습니다.
대화 상대는 대개 먼저 고쳐 주지 않습니다. 뜻이 통하면 말의 흐름을 지키는 쪽을 고르고, 강사도 학습자가 얼마나 고쳐 받고 싶어 하는지 모르면 조심스럽게 고칩니다.
확인은 기억을 더듬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지난 2주 동안 “그건 이렇게 말해요” 하고 바뀐 내 문장을 적어 보세요. 떠오르는 문장이 없으면 교정이 들어오지 않은 것이고, 떠오르는데 다시 말해 본 적이 없으면 교정이 흘러가 버린 것입니다.
- 끝나고 큰 것만Were there any mistakes I kept making today?오늘 제가 자꾸 틀린 게 있었나요?
- 끊지 말고 메모로Could you take notes on my mistakes without stopping me?말은 끊지 마시고, 틀린 건 메모해 주실래요?
- 그 자리에서Don't wait until the end. Correct me right away.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바로바로 고쳐 주세요.
- 다시 말하게If I get something wrong, could you have me say it again?제가 틀리면 다시 말해 보게 해 주실래요?
처음에는 둘째 칸 정도로 시작해도 됩니다. 말이 끊겨도 괜찮다면 셋째 칸으로 올리고,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면 넷째 칸으로 고친 문장을 내 입으로 다시 말하게 부탁합니다.
교정 방식을 먼저 말하고 시작한 1:1 수업의 첫 몇 분
Before we start, could you correct me a bit more today? I don't mind being interrupted.시작하기 전에요, 오늘은 좀 더 자주 고쳐 주실래요? 말이 끊겨도 괜찮아요.
Sure, no problem. So, how's your week been?그럼요. 자, 이번 주는 어땠어요?
Busy. Our team is getting ready for a launch, so I have overtime every day.바빴어요. 저희 팀이 출시 준비 중이라 매일 야근해요.
Quick fix: you'd say, “I've been working overtime every day.”하나만 고칠게요. “I’ve been working overtime every day.”라고 해요.
I've been working overtime every day. Honestly, I'm running on coffee.매일 야근하고 있어요. 솔직히 커피로 버티는 중이에요.
Ha, I can relate. And that was a perfect sentence, by the way.하하, 무슨 말인지 알아요. 그리고 방금 문장 완벽했어요.
고쳐 받은 문장을 그 자리에서 다시 말하고, 뒤에 처음 만든 한 문장을 이어 붙였습니다. 다음에 바쁜 한 주를 이야기할 때 이 문장이 먼저 떠오르기 쉽습니다.
교정은 받는 쪽이 원하는 방식을 먼저 말할 때 꾸준히 들어오기 쉽습니다. 대화 첫머리에 하는 한 문장이 그날 고쳐 받을 양을 정합니다.
프렌글 수업은 원어민 강사와 수강생 둘만 들어오는 Google Meet 1:1 수업이라, 고쳐 주는 사람이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강사가 발음과 표현을 수업 중에 바로 고치고, 고친 문장은 스터디 로그에 남아 주간 리포트와 월간 점검으로 묶입니다.
04세 칸 점검표
세 칸을 한 장에 놓고, 처음 비어 있는 칸의 처방부터 한 주 해 봅니다
말한 양, 새 문장, 고쳐 주는 사람을 한 장에 놓으면 어느 칸이 비었는지 드러납니다. 뒤 칸은 앞 칸이 채워져야 채울 거리가 생기니, 앞에서부터 처음 비어 있는 칸 하나를 골라 그 처방을 한 주 동안 해 봅니다.
| 칸 | 확인하는 법 | 비어 있다는 신호 | 이번 주 처방 |
|---|---|---|---|
| ① 말한 양 | 대화 한 번을 녹음해 내 목소리 구간의 시간을 더한다 | 더한 시간이 대화 길이에 비해 아주 짧다 | 대답마다 한 문장 더 붙이고, 내 차례를 지킨다 |
| ② 새 문장 | 녹음 속 내 문장에 ○(전에 해 본 말)와 ●(처음 만든 말)를 붙인다 | ●가 손에 꼽을 정도다 | 외운 답은 첫 문장까지만 쓰고, 처음 받는 질문을 부탁한다 |
| ③ 고쳐 주는 사람 | 지난 2주 동안 고쳐 받은 내 문장을 적어 본다 | 하나도 없거나, 있어도 다시 말해 본 적이 없다 | 교정 받을 방식을 먼저 말하고, 고친 문장을 그 자리에서 다시 말한다 |
아래 항목은 진단 도구가 아니라, 지금 내 스피킹 연습의 세 칸 가운데 어디가 비어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는 목록입니다. 1~2번은 말한 양, 3~4번은 새 문장, 5~6번은 고쳐 주는 사람 칸입니다.
내 스피킹 연습에서 비어 있는 칸
0 / 6
해당하는 항목을 눌러 체크해 보세요.
한 주가 지나면 같은 방식으로 대화 한 번을 다시 녹음해, 처방한 칸이 채워졌는지 봅니다. 채워졌다면 다음 칸으로 넘어가고, 그대로라면 같은 처방을 한 주 더 해 봅니다.
끝다음 연습으로
이번 주에는 대화 한 번을 녹음해 두 가지만 표시하기
이번 주 영어로 말하는 자리 한 번을 골라 녹음하고, 들으면서 내 목소리 구간과 처음 만든 문장(●) 두 가지만 표시해 보세요. 표시가 적은 쪽이 먼저 채울 칸입니다. 다음 대화를 시작할 때는 교정을 어떻게 받고 싶은지 한 문장으로 먼저 말해 둡니다.
QFAQ
자주 묻는 질문
Q.영어 스피킹이 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실제로 말한 양이 적거나, 말하더라도 전에 해 본 문장만 되풀이하거나, 고쳐 주는 사람이 없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세 가지를 차례로 확인하고 처음 비어 있는 것부터 채우면 됩니다.
Q.영어 말하기 연습량은 어떻게 확인하나요?
수업이나 대화를 한 번 녹음해 내 목소리가 나온 구간의 시간만 더해 보세요. 수업 시간이나 공부 시간보다 훨씬 짧게 나오는 경우가 많고, 그 차이가 말한 양을 늘릴 여지입니다.
Q.외운 영어 문장으로 말하는 것도 스피킹 연습이 되나요?
발음과 말의 속도에는 도움이 되지만, 문장을 새로 만드는 연습은 되지 않습니다. 외운 답은 첫 문장까지만 쓰고, 그다음은 그 자리에서 만들어 말해 보세요.
Q.영어 회화 상대가 틀린 걸 고쳐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어떻게 고쳐 받고 싶은지 대화를 시작할 때 먼저 말해 두세요. 끝나고 몇 개만 알려 달라고 할 수도 있고, 그 자리에서 바로 끊어 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부탁하지 않으면 상대는 대개 대화의 흐름을 먼저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