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NGLE COLUMN실력 점검

회화 실력은 몇 점이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지로 잽니다

  • 2026.10.12
  • 실력 점검
  • 읽는 시간 약 14분

퇴근 후 영어 회화 모임에 처음 나간 날, 진행자가 물었습니다. “So, how would you describe your English?” “Intermediate… I think?”라고 답하자 질문이 하나 더 이어졌습니다. “Okay. What kinds of things are you comfortable talking about?” “중급”은 바로 나왔는데, 그걸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한 문장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영어회화 실력을 스스로 진단하려 하면 대개 숫자나 등급부터 떠올립니다. 시험 점수, 레벨 테스트 결과, “초급·중급·고급” 같은 말입니다. 이런 말은 대략 어디쯤인지는 알려 주지만, 다음 주 회의나 여행에서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지금 내 회화 실력을 할 수 있는 일로 확인합니다. 유럽평의회의 CEFR이 수준을 적는 방식을 원문 기준으로 짧게 보고, 다섯 장면 점검, 2분 녹음, 다음 연습 순서로 갑니다. 늘기까지 걸리는 기간, 정체기, 시험 점수와 회화의 차이는 따로 정리한 글이 있습니다.

SUMMARY

회화 실력은 “I can …” 문장으로 적어 볼 때 다음 할 일이 보입니다. 다섯 장면을 2분 녹음으로 확인하고, 처음 막힌 장면 하나부터 연습합니다.

  • 할 수 있는 일로 적기
  • 다섯 장면 녹음
  • 처음 막힌 장면부터

01할 수 있는 일로 보기

수준은 점수보다 “무엇을 할 수 있나”로 적을 때 다음 연습이 보입니다

유럽평의회의 CEFR은 언어 수준을 A1부터 C2까지 여섯 단계로 나누고, 단계마다 그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문장으로 적습니다. 점수는 위치를 알려 주지만, 할 수 있는 일 문장은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아직인지를 함께 보여 줍니다.

CEFR(유럽 공통 참조 기준)은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가 2001년에 펴내고 2020년에 보완판을 낸 언어 교육 기준입니다. 영어 전용이 아니라 여러 언어에 같은 틀로 쓰이고, 그 자체가 시험도 아닙니다.

A1·A2는 기초 사용자, B1·B2는 독립적 사용자, C1·C2는 숙달된 사용자로 묶입니다. 단계마다 “할 수 있다(can do)”로 적힌 서술이 붙고, 학습자용 자기평가표의 문장은 대부분 “I can …”으로 시작합니다.

CEFR 자기평가표의 말하기 서술 — 요약
단계말하기로 할 수 있는 일 (요약)
A1상대가 천천히 다시 말해 주며 도와주면 아주 익숙한 주제로 간단히 묻고 답한다. 사는 곳과 아는 사람을 간단히 말한다.
A2익숙한 주제와 활동에 관해 간단한 정보를 주고받고, 가족·학력·하는 일을 간단히 설명한다. 대화를 스스로 이어 갈 만큼 알아듣지는 못할 때가 많다.
B1익숙한 주제라면 준비 없이 대화에 낀다. 간단한 말을 이어 경험과 사건을 이야기하고, 의견과 계획에 이유를 짧게 붙인다.
B2어느 정도 유창하게 즉석에서 말해 그 언어를 쓰는 사람과 꾸준히 주고받는다. 익숙한 맥락의 토론에서 견해를 설명하고 지키며, 여러 선택지의 장단점을 들어 관점을 펼친다.
C1·C2표현을 찾느라 눈에 띄게 머뭇거리지 않고 유창하게 말하며, 사교와 일에 맞게 말을 유연하게 쓴다. C2는 미묘한 뜻 차이까지 정확하게 전한다.

아래로 갈수록 말이 길어지고, 준비 없이 하는 말과 견해를 지키는 말이 늘어납니다. 보완판(Council of Europe, 2020)은 이런 can do 서술이 시험 점수만 보는 것보다 진척을 훨씬 세밀하게 가늠하게 해 준다고 설명합니다.

맨 위 C2조차 원어민 수준을 뜻하지 않는다고 CEFR은 분명히 적습니다. 한 사람의 실력은 영역마다 거의 늘 고르지 않다고도 봅니다. 알아듣는 단계와 말하는 단계가 달라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 글의 점검은 CEFR 판정이 아니라, 자기평가표의 말하기 서술을 참고해 혼자 확인할 수 있는 장면 다섯 개로 옮긴 것입니다. 시험 점수와 CEFR 단계를 맞바꾸는 환산표도 만들지 않습니다.

점수는 어디쯤인지를, 할 수 있는 일 문장은 다음에 무엇을 연습할지를 알려 줍니다.

02다섯 장면 점검

회화 실력은 자기소개부터 설득까지 다섯 장면으로 나눠 확인합니다

자기소개, 경험 말하기, 의견과 이유, 즉석 질문, 설명과 설득 순서로 장면마다 질문 하나에 답해 보고, “I can …” 문장대로 됐는지를 봅니다. 처음 막힌 장면이 지금 내 회화의 경계이고, 다음에 연습할 곳입니다.

“회화가 된다”는 말은 한 덩어리 같지만, 장면을 나눠 보면 막히는 곳이 따로 보입니다.

다섯 장면 — 아래로 갈수록 즉석에서 만드는 말이 늘어납니다CEFR 단계가 아닌, 이 글의 연습 순서
  1. 자기소개I can introduce myself and answer basic questions about my life and work.나를 소개하고 생활과 일에 대한 기본 질문에 답한다.
  2. 경험 말하기I can describe something that happened from beginning to end.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말한다.
  3. 의견과 이유I can give my opinion and back it up with a reason and an example.의견에 이유와 예를 붙여 말한다.
  4. 즉석 질문I can handle follow-up questions I didn't see coming.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이어져도 답한다.
  5. 설명과 설득I can weigh the pros and cons and make a case for one option.장단점을 따진 뒤 한쪽을 골라 근거를 들어 권한다.

장면마다 아래 질문에 답해 보고 셋 중 하나로 적습니다. 문장대로 됐으면 “됨”, 한국어로 빠지거나 두세 문장에서 끊겼으면 “반쯤”, 첫 문장부터 막혔으면 “아직”입니다. 문법 실수는 세지 않습니다. 그 장면에서 할 일을 해냈는지만 봅니다.

  • What does a typical workday look like for you?평소 일하는 하루는 어떤 모습이에요?자기소개 — 일과 하루를 이어서 설명하는지
  • Tell me about a time something didn't go as planned.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일 하나를 이야기해 주세요.경험 — 처음·중간·끝이 순서대로 나오는지
  • Would you rather live in a big city or a small town? Why?대도시와 작은 동네 중 어디에 살고 싶으세요? 왜요?의견 — 이유와 예가 붙는지
  • What would you do differently if you could do it again?다시 할 수 있다면 무엇을 다르게 하시겠어요?즉석 질문 — 경험 이야기 뒤에 받아도 이어지는지
  • A friend can't decide between two job offers. What would you tell them?친구가 입사 제안 두 곳을 두고 고민해요. 뭐라고 해 주시겠어요?설득 — 장단점을 들어 한쪽을 권하는지
TIP

앞 장면이 “아직”이면 뒤 장면은 건너뛰어도 됩니다. 뒤 장면은 앞 장면의 말을 재료로 씁니다. 의견에 붙이는 예는 경험 이야기에서, 설득의 근거는 의견과 이유에서 나옵니다.

032분 녹음

“된 것 같다”는 느낌은 2분 녹음으로 확인해야 믿을 수 있습니다

말하는 동안에는 내 말이 어땠는지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장면 하나를 준비 없이 2분 녹음하고 다시 들으며 멈춘 곳과 빠진 곳을 표시하면, 느낌이 아니라 기록으로 됨·반쯤·아직을 고를 수 있습니다.

머릿속으로 답을 떠올리면 막히는 곳을 건너뛰기 쉽습니다. 녹음에는 멈춘 자리와 한국어로 빠진 단어가 그대로 남습니다. 2분을 잡는 것은 준비해 둔 첫 몇 문장 뒤의 말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장면 하나를 2분 녹음으로 확인하는 순서휴대폰 녹음 앱 하나면 됩니다
  1. 0:00녹음부터 켜고 질문을 읽는다질문은 녹음을 켠 뒤에 처음 봅니다. 메모는 하지 않습니다.
  2. ~1:301분 30초 동안 답한다멈춰도 끄지 않고, 막히면 쉬운 말로 돌아가 이어 갑니다.
  3. ~2:00이어지는 질문을 뽑는다미리 적어 둔 쪽지 세 장 중 하나를 뽑아 30초 더 답합니다.Why do you say that?
  4. 듣기 한 번다시 들으며 표시한다3초 넘게 멈춘 곳, 한국어로 빠진 곳, 하다 만 문장을 받아 적습니다.
  5. 마지막장면 문장과 맞춰 본다“I can …” 문장대로 됐는지 됨·반쯤·아직으로 적고 날짜를 붙입니다.

쪽지에는 “Why do you say that?”, “Like what?”, “What do you mean?”처럼 어느 답에나 붙는 질문을 적습니다. 어느 쪽지가 나올지 모르니 혼자서도 즉석 질문 장면이 만들어집니다.

KEY LINE

Off the top of my head, I'd say it comes down to timing.
바로 떠오르는 대로 말하면, 결국 타이밍 문제인 것 같아요.준비 못 한 질문에 첫 문장을 열 때

들을 때는 세 가지를 차례로 봅니다. 그 장면에서 할 일을 했는지, 멈춰도 다시 이어 갔는지, 듣는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지입니다. CEFR의 B1 유창성 서술에도 문법과 어휘를 고르고 고치느라 멈추는 모습이 뚜렷해도 알아듣게 이어 간다고 적혀 있습니다. 3초 넘게 멈춘 곳은 연습할 곳을 찾으려고 적을 뿐, 실력을 매기는 기준이 아닙니다.

04다음 연습

다음 연습은 점수 구간이 아니라 처음 막힌 장면 하나로 정합니다

다섯 장면 가운데 처음 “반쯤”이나 “아직”이 나온 장면이 지금의 경계입니다. 다음 연습은 그 장면 하나에 맞추고, 같은 질문으로 다시 녹음해 “됨”이 나오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처음 막힌 장면별 이번 달 연습
처음 막힌 장면이번 달 연습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신호
자기소개하는 일·사는 곳·평소 하루를 다섯 문장씩 적고, 키워드 세 개만 보며 말하기일에 대한 질문을 하나 더 받아도 두세 문장이 이어진다
경험 말하기지난 일 하나를 “처음–그런데–결국” 세 토막으로 1분 말하기처음·중간·끝이 순서대로 나오고 1분을 채운다
의견과 이유하루 한 질문에 의견·이유·예를 한 문장씩 붙여 답하기묻지 않아도 이유와 예가 먼저 나온다
즉석 질문답을 마칠 때마다 쪽지 질문을 뽑아 이어 답하기뽑은 질문에도 첫 문장이 바로 나온다
설명과 설득둘 중 하나를 고르는 질문에 장점 둘, 단점 하나를 들어 2분 권하기반대 의견을 받고도 권유를 다시 설명한다

즉석 질문과 설득은 쪽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상대가 실제로 되묻고 반대해 줄 때 제대로 연습이 됩니다. 수업이나 언어 교환을 시작할 때 막힌 장면을 먼저 말하고, 그 장면 위주로 물어봐 달라고 부탁하세요. 점검 결과를 영어 한 줄로 적어 두면 “What's your level?”에도 숫자 대신 답할 수 있습니다.

KEY LINE

I can get my point across, but I still struggle when the conversation goes off script.
하고 싶은 말은 전할 수 있지만, 대화가 예상에서 벗어나면 아직 힘들어요.결과를 한 줄로 — 되는 것 하나, 아직인 것 하나
  • I can get by in everyday conversations, but I'm not fluent yet.일상 대화는 그럭저럭 하지만 아직 유창하지는 않아요.전체 수준을 말할 때
  • I'm fine with familiar topics, but abstract ones are still hard for me.익숙한 주제는 괜찮은데, 추상적인 주제는 아직 어려워요.주제마다 다를 때
  • I understand a lot more than I can say.말할 수 있는 것보다 알아듣는 게 훨씬 많아요.듣기와 말하기 차이가 클 때
  • I can explain my work, but small talk is where I get stuck.일 설명은 되는데, 가벼운 잡담에서 막혀요.업무와 일상이 다를 때
  • I'd like to get better at explaining my opinions on the spot.그 자리에서 의견을 설명하는 걸 더 잘하고 싶어요.목표를 덧붙일 때

수준을 묻는 말에 할 수 있는 일로 답한 대화

Megan언어 교환 모임 진행자
Megan

Before we start, how would you rate your English right now?시작하기 전에, 지금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라고 보세요?

나

I can talk about my job and my weekend without much trouble. But when someone asks me why, I kind of freeze.일이나 주말 이야기는 크게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누가 이유를 물으면 좀 얼어붙어요.

Megan

That's really helpful. So today, I'm going to keep asking you 'why.'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도움이 돼요. 그럼 오늘은 “왜요?”를 계속 물어볼게요.

되는 일과 막히는 곳을 말해 두면 상대가 처음부터 그 자리를 짚어 줄 수 있습니다.

  • 어색My English level is middle.

    자연I'd say I'm at an intermediate level.

    “중간”을 middle로 옮긴 문장입니다. 수준에는 intermediate를 쓰고, 할 수 있는 일을 한 문장 덧붙이면 더 분명합니다.

  • 어색I'm not good at English conversation.

    자연I'm not very good at speaking English yet.

    틀린 문장은 아니지만 “영어회화”를 옮긴 티가 납니다. 말하기 실력은 보통 speaking English로 말합니다.

  • 어색I can't speak English well, so please understand.

    자연My English isn't perfect, so please bear with me.

    “양해해 주세요”를 그대로 옮긴 말입니다. 서툰 말을 참고 들어 달라는 뜻이면 bear with me가 맞습니다.

05자가진단

자가진단 목록은 녹음할 장면을 고르는 데 쓰고, 판정은 녹음에 맡깁니다

아래 목록에서 해당 항목을 체크하면 어느 장면부터 녹음해 볼지 감이 잡힙니다. 목록은 짐작을 좁혀 줄 뿐이고, 실제로 되는지는 2분 녹음으로 확인합니다.

아래 항목은 진단 도구가 아니라, 지금 내 회화가 어느 장면에서 막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는 목록입니다.

할 수 있는 일로 본 내 회화의 빈칸

0 / 6

해당하는 항목을 눌러 체크해 보세요.

끝다음 연습으로

이번 주에는 질문 하나, 2분 녹음 하나

이번 주에 다섯 장면을 앞에서부터 짚어 가다 처음 자신 없어지는 장면 하나로 2분 녹음을 남기세요. 다시 들으며 됨·반쯤·아직 중 하나를 적고, 결과를 I can ___, but I still ___. 한 줄로 메모해 둡니다. 그 한 줄이 다음 연습과 다음 대화의 첫 문장이 됩니다.

QFAQ

자주 묻는 질문

Q.영어회화 실력 자가진단은 어떻게 하나요?

장면별 질문에 답해 보고, 할 수 있는 일 문장대로 됐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자기소개, 경험 말하기, 의견과 이유, 즉석 질문, 설명과 설득 다섯 장면을 2분씩 녹음해 들어 보면 처음 막히는 장면이 드러나고, 그 장면이 다음에 연습할 곳입니다.

Q.CEFR 레벨은 어떻게 나뉘나요?

A1부터 C2까지 여섯 단계이고, 세 묶음으로 나뉩니다. A1·A2는 기초 사용자(Basic user), B1·B2는 독립적 사용자(Independent user), C1·C2는 숙달된 사용자(Proficient user)입니다. 유럽평의회가 만든 기준으로, 단계마다 그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문장으로 적혀 있습니다.

Q.영어로 말할 때 자주 멈추면 실력이 낮은 건가요?

멈춘다는 것만으로 낮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CEFR의 B1 유창성 서술에도 말을 고르느라 멈추는 모습이 뚜렷하지만 알아듣게 이어 간다고 적혀 있습니다. 멈춘 횟수보다 멈춘 뒤 다시 이어 갔는지, 그 장면에서 할 말을 끝까지 했는지를 보세요.

Q.원어민처럼 말해야 영어 고급 수준인가요?

CEFR 기준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높은 C2도 원어민이나 원어민에 가까운 수준을 뜻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고, 아주 성공적으로 배운 사람의 말에서 보이는 정확함, 적절함, 편안함으로 설명됩니다. C2의 발음 서술도 다른 언어에서 온 억양이 남아 있을 수 있고, 그래도 뜻 전달에는 지장이 없다고 적습니다.

REFERENCES

참고 자료

  1. Council of Europe. (2020). Common European Framework of Reference for Languages: Learning, teaching, assessment – Companion volume. Council of Europe Publishing. 2026년 10월 12일 확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