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메일은 문장보다
네 칸의 짜임이 먼저입니다
세 문단 뒤에 붙은 “Please review.”
미국 지사 담당자에게 처음으로 부탁 메일을 썼습니다. 지난 분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세 문단으로 설명하고, 맨 끝에 “Please review.” 한 줄을 붙여 보냈습니다. 이틀 뒤 온 답장은 한 줄이었습니다. “What exactly would you like me to do?”
한국어 부탁 메일은 사정을 먼저 설명하고 부탁을 마지막에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중해 보이려는 순서인데, 읽는 사람은 끝까지 가야 자기가 무엇을 부탁받았는지 압니다. 영어 업무 메일은 대체로 앞 두 줄에서 그것이 드러나게 씁니다.
이 글은 부탁 문장 하나가 아니라 메일 한 통의 짜임을 다룹니다. 말로 하는 부탁 문장은 따로 정리한 글이 있어 넘어갑니다.
SUMMARY
부탁 메일은 무엇을·왜·언제까지·어떻게가 한 통 안에 있어야 하고, 요청은 인사 바로 다음 줄에 둡니다.
- 요청을 첫 줄에
- 이유·마감 한 줄씩
- 쉬운 승낙, 열린 거절
01메일의 네 칸
부탁 메일 한 통에는 네 칸이 모두 있어야 합니다
읽는 사람이 메일 한 통만 보고 움직이려면 무엇을·왜·언제까지·어떻게가 다 있어야 합니다. 요청(무엇)은 인사 바로 다음 줄에 둡니다.
부탁이 한 번에 통하지 않는 이유는 문장이 서툴러서가 아니라 네 칸 중 하나가 비어 있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 To
- Hannah
- Subject
- Request: Q3 vendor list by Thursday
무엇을Hi Hannah,
Could you send me the final vendor list for Q3?
왜I'm putting together Friday's budget review, and this list is the one missing piece.
언제까지If you can get it to me by Thursday at noon, I'll have time to double-check the totals.
어떻게Just reply to this email with the file attached. A spreadsheet is fine.
끝If Thursday doesn't work, just let me know what does.
Thanks so much,
요청이 인사 바로 아래에 있고, 배경은 그 뒤 한 문장입니다. 제목줄에도 Request와 마감이 들어 있어 열기 전에 할 일이 보입니다.
한 칸이 비면 상대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 빠진 칸 | 돌아오는 질문 |
|---|---|
| 무엇을 | What exactly do you need from me? |
| 왜 | Can I ask what this is for? |
| 언제까지 | When do you need this by? |
| 어떻게 | Which format would you like? |
KEY LINE
I'm writing to ask if you could send me the final vendor list for Q3.02상대에 따른 수위
윗사람이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요청 앞뒤에 한 줄씩 붙습니다
요청 문장을 한 단계 올리고, 앞에는 왜 이분께 부탁하는지, 뒤에는 어려우면 말해 달라는 한 줄을 붙입니다.
같은 요청 하나를 수위 순서로 써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글은 말보다 한 단계 정중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 같은 팀·다른 팀 동료Could you look over the one-page summary before our call?일반적인 부탁
- 시간이 드는 부탁Would you mind looking over the one-page summary before Friday?위아래 모두에게. 상대의 시간을 쓸 때
- 윗사람, 처음 연락하는 상대I was wondering if you might have a few minutes to look over the one-page summary.거절해도 된다는 여지가 문장 안에 있음
- 매우 격식을 갖출 때I would be grateful if you could find a few minutes to look over the one-page summary.외부 고위 담당자, 공식 서한에 가까운 글
맨 아래 문장을 매일 보는 동료에게 보내면 거리를 두는 것처럼 읽힐 수 있습니다. 수위는 동사 구절만이 아니라 요청 앞뒤에 붙는 한 줄로도 올라갑니다.
- I know your week is packed, so I'll keep this short.이번 주 바쁘신 줄 알아서 짧게 쓰겠습니다.직급이 높은 사람, 요청 앞에
- I'm reaching out because you handled the last vendor audit.지난 거래처 감사를 맡으셨다고 해서 연락드립니다.처음 연락하는 사람, 왜 이분인지
- If it's easier, I'm happy to walk you through it in a quick call.편하시면 짧게 통화로 설명드려도 됩니다.직급이 높은 사람, 요청 뒤에 붙여 부담을 덜 때
정중함은 길이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윗사람에게 보내는 메일일수록 요청이 첫 두 줄 안에 있고 전체가 짧아야 읽기 쉽습니다.
03요청이 여러 개일 때
요청이 둘 이상이면 개수를 알리고 번호를 붙입니다
첫 줄에 요청이 몇 개인지 알리고, 한 줄에 하나씩 번호를 붙여 씁니다. 줄마다 이름표를 달면 상대의 답장도 같은 번호로 돌아옵니다.
부탁 셋을 한 문단에 이어 쓰면 상대는 앞의 둘에 답하고 셋째를 놓치기 쉽습니다. 번호가 있으면 빠진 항목이 눈에 띕니다.
- To
- Tom
- Subject
- Three quick requests for Monday's kickoff
개수Hi Tom,
I have three quick requests ahead of Monday's kickoff. None should take long.
번호1. Room: could you confirm we have it from 10 a.m.?
2. Attendee list: if I can have it by Friday, I can finalize the seating.
3. Agenda: could you share your draft with Priya before the meeting?
끝Thanks,
“three”가 첫 줄에 있어 읽기 전에 분량이 가늠됩니다. Room·Attendee list·Agenda 같은 이름표를 달면 답장도 그 이름표로 옵니다.
KEY LINE
I have two quick requests, and the first one is time-sensitive.- If you only have time for one, please start with number 2.하나만 하실 시간이 있다면 2번부터 부탁드립니다.상대가 바쁠 때, 우선순위를 알릴 때
- Feel free to reply inline. Just type your answers under each number.메일 안에 바로 답을 적으셔도 됩니다. 번호 아래에 적어 주세요.번호마다 따로 답을 받고 싶을 때
04마감과 쉬운 승낙
마감은 날짜와 이유로, 답은 한 줄이면 되게 씁니다
마감은 요일과 시각에 이유 한 구절을 붙여 씁니다. 내가 이미 한 부분과 남은 부분을 나눠 보여 주면 부탁이 작아 보여 승낙이 쉬워집니다.
ASAP(as soon as possible, 가능한 한 빨리)는 읽는 사람에 따라 오늘일 수도 이번 주일 수도 있습니다. 대체 표현은 따로 정리한 글이 있어 넘어갑니다.
- Thursday noon would be ideal. I'm sending the full package to the client at 3.목요일 낮 12시면 가장 좋습니다. 3시에 고객에게 전체 자료를 보냅니다.이유가 되는 일정이 있을 때
- I'd need it by the 15th to make the print deadline.인쇄 마감을 맞추려면 15일까지 필요합니다.외부 업체, 날짜가 정해져 있을 때
- There's no hard deadline, but sometime next week would be great.정해진 마감은 없지만 다음 주 중에 주시면 좋겠습니다.급하지 않을 때. 급하지 않다고 밝히는 것도 배려
마감만큼 챙길 것은 승낙의 쉬움입니다. 부탁을 열어 보고 오래 걸리겠다 싶으면 그 메일은 밀립니다. 할 일의 크기를 작게 보여 주고, 답이 어떤 모양이어도 되는지 알려 주세요.
- I've filled in everything except the last page. That's the only part I need from you.마지막 페이지만 빼고 다 채웠습니다. 그 부분만 부탁드립니다.내가 할 만큼 한 뒤 남은 부분만 부탁할 때
- A one-line reply is plenty.한 줄 답장이면 충분합니다.길게 쓰지 않아도 된다고 알릴 때
- It should only take about five minutes.5분 정도면 될 겁니다.정말 짧은 부탁일 때만. 길어지면 다음 부탁이 무거워집니다
05거절할 문과 감사
거절할 여지를 열어 두고, 받은 뒤에는 무엇이 도움이 됐는지 말합니다
“어려우면 말해 주세요” 한 줄이 있으면 상대는 승낙이든 거절이든 쉽게 답합니다. 부탁을 들어준 뒤에는 무엇이 도움이 됐는지 한 문장으로 다시 고마움을 전합니다.
거절할 수 있다는 한 줄이 있으면 상대가 답을 미룰 이유가 줄고, 못 한다는 대답도 일찍 옵니다. 일찍 오는 거절은 대안을 찾을 시간을 줍니다.
- If you're not the right person for this, could you point me to someone who is?이 일의 담당이 아니시면, 맞는 분을 알려 주시겠어요?처음 연락하는 사람, 담당을 모를 때
- No pressure. If it's not possible, I'll find another way.부담 갖지 마세요. 어려우시면 다른 방법을 찾겠습니다.동료, 상대의 시간을 꽤 쓰는 부탁
KEY LINE
If Thursday doesn't work, just let me know what does.마감을 조정하는 짧은 답장
Got your email. Thursday at noon is tight for me. Would 2 p.m. work?메일 받았어요. 목요일 낮 12시는 빠듯해요. 오후 2시도 괜찮을까요?
2 p.m. works fine. I'll finish the rest of the deck in the meantime.2시 좋아요. 그동안 나머지 자료를 끝내 둘게요.
Great. I'll send it over by then.좋아요. 그때까지 보낼게요.
Perfect. Thanks for flagging it early.좋아요. 미리 알려 줘서 고마워요.
열어 둔 문 덕분에 “안 된다”가 아니라 “이 시간이면 된다”가 돌아왔습니다.
파일을 받은 뒤에는 무엇이 도움이 됐는지 한 문장을 붙입니다. 막연한 인사보다 기억에 남고 다음 부탁도 꺼내기 쉬워집니다.
- Received, thank you. Having the vendor names filled in saved me a lot of time.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거래처 이름까지 채워 주셔서 시간이 많이 절약됐어요.자료를 받은 뒤, 무엇이 도움이 됐는지 짚어
06명령처럼 읽히는 부탁
글로 쓰면 더 세게 읽히는 부탁 문장이 있습니다
표정과 목소리가 없는 메일에서는 같은 문장이 말로 할 때보다 딱딱하게 읽힙니다. 요청을 질문으로 바꾸고 무엇을 왜 언제까지인지 문장 안에 넣으면 대부분 풀립니다.
말로는 넘어가던 문장도 메일에서는 그대로 남아 두 번 읽힙니다. 아래 문장들은 문법으로는 틀리지 않았지만 정보가 빠졌거나 통보처럼 들립니다.
딱딱
I would like to request you to send the file.자연Could you send me the file?
“요청드립니다”를 그대로 옮긴 문장입니다. 문법은 맞지만 업무 메일에서는 낯설고 딱딱하게 읽히고, Could you…?나 ask you to가 더 흔합니다.
딱딱
Please advise.자연Could you let me know which of the two options you'd prefer?
업무 메일에서 실제로 쓰이는 관용구이지만, 무엇에 대한 조언인지 빠져 있어 짧고 사무적으로 읽힙니다. 고를 대상을 문장 안에 쓰세요.
딱딱
I need the signed form by Friday.자연Could you send back the signed form by Friday? The vendor can't start until they have it.
매일 보는 동료끼리는 흔한 말입니다. 윗사람이나 처음 연락하는 사람에게는 통보처럼 읽히니 질문으로 바꾸고 이유를 붙입니다.
딱딱
Please help me.자연I've checked the shared folder but can't find the Q3 invoice. Could you point me to where it's saved?
무엇을 도와 달라는지도, 내가 해 본 일도 없습니다. 해 본 일과 막힌 곳을 말하면 요청이 구체적인 질문이 됩니다.
부탁 문장은 말투보다 정보로 정중해집니다. 무엇을, 왜, 언제까지가 문장 안에 있으면 상대는 짐작할 일이 없고, 그런 메일은 답하기 쉽습니다.
최근에 보낸 부탁 메일 한 통을 떠올려 보세요. 아래는 진단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점검하는 목록이니, 해당하는 항목만 눌러 보면 됩니다.
내 부탁 메일 점검
0 / 5
해당하는 항목을 눌러 체크해 보세요.
프렌글에서는 수업이 없는 날 전담 코치가 매일 카카오톡으로 질문을 보내고, 학습자가 답한 문장을 사람이 직접 읽고 고쳐 줍니다. 답에 메일에 쓸 부탁 문장을 넣으면 그 문장도 함께 고쳐 줍니다.
끝다음 연습으로
이번 주에는 부탁 메일 한 통을 네 칸으로 다시 써서
이번 주에 보낼 부탁 하나를 골라 무엇·왜·언제까지·어떻게를 영어로 한 줄씩 적은 뒤 메일로 옮겨 보세요. 보내기 전에 첫 두 줄만 읽어 보고, 상대가 할 일이 거기서 보이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QFAQ
자주 묻는 질문
Q.영어 이메일에서 부탁은 맨 앞에 써야 하나요, 배경을 먼저 설명해야 하나요?
요청을 먼저 쓰고 배경은 뒤에 붙이는 쪽이 읽는 사람에게 편합니다. 인사 바로 다음 줄에 무엇을 부탁하는지 쓰고, 이유와 사정은 한두 문장으로 그 뒤에 적으세요. 아주 민감한 사안이라면 배경을 짧게 먼저 두어도 됩니다.
Q.I was wondering if you could 뒤에는 어떤 동사 형태를 쓰나요?
could 뒤에는 동사원형을 씁니다. I was wondering if you could send me the file처럼 쓰고, 문장 끝에는 마침표를 찍는 사람도 물음표를 찍는 사람도 흔합니다. 더 정중하게 쓸 때는 you might be able to로 바꿉니다.
Q.부탁 메일 제목줄에 Request라고 써도 되나요?
써도 됩니다. Request: Q3 vendor list by Thursday처럼 Request 뒤에 무엇과 언제까지를 붙이면 열기 전에 할 일이 보입니다. 가까운 동료에게는 Request를 빼고 Q3 vendor list by Thursday?만 써도 충분합니다.
Q.상대가 Let me see what I can do라고 답하면 승낙한 건가요?
확정된 승낙이 아닙니다. 해 볼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마감이 중요하다면 Could you let me know by Wednesday whether Thursday works?처럼 답할 날짜를 정해 한 번 더 물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