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NGLE COLUMN원어민 수업

영어가 서툰데
원어민 선생님이라니

  • 2026.09.28
  • 원어민 수업
  • 읽는 시간 약 8분

원어민 선생님이 하는 말을 한 마디도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나 싶었습니다. 모르는 게 생겨도 한국어로 물어볼 수 없을 테고요. 결국 수업 안내 창을 닫고, 문법책을 조금 더 보고 나서 하자고 미뤘습니다.

왕초보가 원어민 수업을 망설이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입니다. 선생님 말을 못 알아들을까 봐, 그리고 막혔을 때 한국어로 설명을 들을 수 없을까 봐. 둘 다 근거 없는 걱정은 아닙니다.

다만 이 걱정이 실제 수업에서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는 수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원어민 수업이 당장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SUMMARY

왕초보에게 원어민 수업이 맞는지는 강사가 쓰는 말의 난도보다 다시 말해 주고 확인해 주는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 못 알아들은 순간
  • 다른 말로 다시 듣기
  • 내 문장으로 말해 보기

01걱정 ① 못 알아들으면

못 알아듣는 순간이 오히려 수업의 재료가 됩니다

원어민 수업에서 못 알아듣는 순간은 반드시 옵니다. 연구에서 이해를 도운 것은 문장을 미리 쉽게 만드는 것보다, 그 순간에 되묻고 다시 말하고 확인하는 주고받기였습니다.

비원어민 학습자가 원어민의 조립 과제 설명을 듣는 실험(Pica 외, 1986)이 있습니다. 한쪽은 미리 쉽게 고친 설명을 주고받는 말 없이 들었고, 다른 쪽은 고치지 않은 설명을 듣되 모르면 묻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해도는 주고받기가 있었던 쪽이 더 높았습니다. 이해를 도운 것은 말의 양이 늘고 같은 내용이 되풀이된 것, 그리고 알아들었는지 확인하거나 다시 말해 달라고 요청하는 주고받기였습니다. 문장 구조를 단순하게 만든 것은 이해에 뚜렷한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로 보면 왕초보에게는 원어민 선생님이 처음부터 쉬운 말만 쓰느냐보다 못 알아들었을 때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같은 질문을 다른 말로 다시 해 주고 알아들었는지 확인해 주는 선생님이라면 첫 질문을 놓쳐도 대화는 이어집니다.

같은 질문이 모양을 바꿔 다시 온다

Emma원어민 강사
Emma

What do you usually do on weekends?

나

Sorry… weekends?죄송해요… 주말이요?

Emma

Saturday and Sunday. What do you do? Do you rest? Meet friends?토요일이랑 일요일이요. 뭐 해요? 쉬어요? 친구 만나요?

나

Ah, I rest. I watch TV.아, 쉬어요. TV 봐요.

Emma

Nice. What do you like to watch?좋네요. 뭐 보는 거 좋아해요?

질문이 쉬워졌다기보다, 같은 질문이 짧게 쪼개지고 예가 붙어서 다시 왔습니다. 왕초보에게 필요한 것은 이 두 번째 질문입니다.

02걱정 ② 한국어 설명이 없으면

한국어 설명이 필요한 순간은 있지만, 수업 안에서만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문법 규칙이나 비슷한 두 단어의 차이처럼 한국어로 들으면 한 번에 이해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수업 밖에서 채우고, 수업에서는 영어로 묻는 문장 몇 개로 버틸 수 있습니다.

한국의 초등학생과 대학생 798명에게 영어로만 하는 수업과 한국어를 섞는 수업에 대한 생각을 물은 연구(Macaro & Lee, 2013)가 있습니다. 두 집단 모두 원어민 강사와 비원어민 강사 가운데 어느 한쪽을 뚜렷하게 더 원하지 않았고, 어느 쪽도 수업에서 한국어를 완전히 빼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대학생은 초등학생보다 영어로만 하는 수업을 더 편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연구진은 그 이유로 언어를 배워 본 경험이 더 많다는 점을 들면서, 실력이 더 높아서일 가능성도 열어 두었습니다.

성인에게 영어로만 하는 수업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한국어가 아예 필요 없다는 뜻도 아닙니다. 그래서 왕초보라면 역할을 나누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규칙 설명은 한국어 교재나 강의로 미리 보고, 원어민 수업에서는 그 규칙으로 말해 보는 데 시간을 씁니다.

수업 중에 막힐 때 한국어 대신 쓸 수 있는 문장도 있습니다. 모르는 것을 영어로 묻는 문장 몇 개만 있으면, 설명을 한국어로 듣지 못해도 수업은 멈추지 않습니다.

  • What does 'commute' mean?‘commute’가 무슨 뜻이에요?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 How do you say '퇴근' in English?‘퇴근’을 영어로 뭐라고 해요?하고 싶은 말의 단어를 모를 때
  • Can you give me an example?예를 하나 들어 줄 수 있어요?설명이 잘 안 들어올 때
  • Could you type it in the chat?채팅창에 써 줄 수 있어요?소리만으로는 철자가 안 잡힐 때
  • Is it 'on Monday' or 'in Monday'?‘on Monday’예요, ‘in Monday’예요?둘 중 뭐가 맞는지 헷갈릴 때
  • Did I say that right?제가 맞게 말했어요?방금 한 문장이 자신 없을 때

03도움이 되는 조건

왕초보에게 맞는 원어민 수업은 속도와 교정 방식이 다릅니다

왕초보에게 맞는 수업은 속도를 늦추고, 못 알아들으면 다른 말로 다시 해 줍니다. 틀린 문장은 흐름을 끊지 않게 고쳐 준 뒤 다시 말할 기회를 줍니다.

같은 원어민 수업이라도 이렇게 다릅니다
상황왕초보에게 맞는 수업왕초보에게 버거운 수업
말하는 속도처음엔 조금 느리게, 문장을 짧게 끊어 말한다평소 대화 속도 그대로 이어 간다
못 알아들었을 때다른 말로 바꾸거나 예를 들어 다시 묻는다같은 문장을 같은 속도로 되풀이한다
틀렸을 때맞는 문장으로 받아 주고 다시 말해 보게 한다틀릴 때마다 멈춰 길게 설명하거나, 아예 넘어간다
말하는 비율학습자가 짧게라도 자주 말한다강사 설명이 수업 대부분을 차지한다
주제내 하루, 내 일처럼 할 말이 있는 것부터처음부터 시사·토론 주제로 시작한다

교정 방식은 특히 중요합니다. 왕초보는 틀리는 것이 당연해서, 틀릴 때마다 멈추면 한 문장도 끝까지 말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하나도 고쳐 주지 않으면 같은 실수가 굳습니다. 흐름은 이어 가되 틀린 문장을 맞는 문장으로 한 번 받아 주고, 다시 말해 볼 기회를 주는 방식이 왕초보에게 부담이 적습니다.

TIP

수업 초반에 원하는 방식을 먼저 말해도 됩니다. 조금 천천히 말해 달라거나, 틀린 문장은 끝까지 말한 뒤에 고쳐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 아닙니다.

04맞지 않는 경우

원어민 수업이 당장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어 문장을 읽는 것 자체가 막히는 단계이거나 목표가 문법 시험이라면, 원어민 회화 수업보다 다른 공부가 먼저일 수 있습니다.

원어민 수업이 모든 왕초보에게 맞는 것은 아닙니다. 알파벳과 기본 발음 규칙부터 익혀야 하는 단계라면, 한국어 설명이 있는 교재나 강의로 기초를 먼저 잡는 편이 빠릅니다. 목표가 문법 문제를 푸는 시험이라면 회화 수업은 그 목표와 거리가 있습니다. 영어 소리만 들려도 긴장이 너무 커서 수업 내내 굳어 있다면, 짧은 수업부터 시작하거나 글로 먼저 주고받는 연습을 거치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래 목록으로 원어민 수업을 조금 미룰지, 다른 공부와 같이 갈지 가늠합니다. 진단 도구가 아니라 방향을 정할 때 참고하는 정도로 보세요.

원어민 수업 전에 기초부터 볼 신호

0 / 5

해당하는 항목을 눌러 체크해 보세요.

해당하는 것이 많다면 기초를 먼저 다지고, 원어민 수업은 짧게 시작하거나 조금 뒤로 미뤄도 괜찮습니다. 순서의 차이일 뿐, 어느 쪽이 맞고 틀린 것은 아닙니다.

05시작한다면

원어민 수업을 시작한다면, 첫 몇 주는 이렇게

처음 몇 주는 잘 말하는 것보다, 모를 때 묻는 법과 고친 문장을 다시 쓰는 습관을 만드는 시기입니다.

첫 몇 주의 준비
언제할 일
수업 전자기소개 세 문장과 위의 묻는 문장 두 개를 소리 내어 읽어 둔다
수업 중못 알아들으면 바로 묻고, 고쳐 준 문장은 한 번 따라 말한다
수업 후고친 문장을 한 줄씩 적고, 다음 날 소리 내어 다시 말한다

프렌글 수업은 원어민 강사와 Google Meet로 하는 1:1 수업이라, 수강생과 강사 둘만 대화합니다. 발음과 표현은 수업 중에 그 자리에서 고쳐 주고, 고친 문장은 스터디 로그에 남습니다. 레벨 시험으로 반을 나누지 않고, 처음 수업에서 지금 어디까지 말이 나오는지 확인한 뒤 방향을 정합니다.

끝다음 연습으로

이번 주에는 묻는 문장 두 개만

이번 주에는 모를 때 영어로 묻는 문장 두 개를 골라 입에 붙여 보세요. “What does ___ mean?”과 “How do you say ___ in English?”면 충분합니다. 이 두 문장이 있으면 한국어 설명이 없는 수업에서도 대화가 멈추지 않습니다.

QFAQ

자주 묻는 질문

Q.영어를 거의 못해도 원어민 수업을 들을 수 있나요?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강사가 속도를 늦추고, 못 알아들을 때 다른 말로 다시 말해 주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모를 때 영어로 묻는 문장 몇 개를 준비해 가면 부담이 훨씬 줄어듭니다.

Q.원어민 수업에서 한국어 설명이 없으면 문법은 어떻게 배우나요?

문법 규칙은 한국어 교재나 강의로 미리 보고, 원어민 수업에서는 그 규칙으로 말해 보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면 됩니다. 수업 중에 막히면 예를 들어 달라고 영어로 부탁할 수도 있습니다.

Q.선생님 말을 못 알아들으면 수업이 의미 없지 않나요?

못 알아들은 순간에 되묻고 다시 듣는 주고받기가 이해를 돕는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같은 질문이 다른 말로 다시 오면서 알아듣게 되는 경험이 쌓입니다.

Q.왕초보에게 원어민 수업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나요?

영어 문장을 읽는 것부터 막히는 단계이거나 목표가 문법 시험이라면 다른 공부가 먼저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기초를 먼저 다지고, 원어민 수업은 짧게 시작하거나 조금 뒤로 미뤄도 괜찮습니다.

REFERENCES

참고 자료

  1. Pica, T., Doughty, C. J., & Young, R. (1986). Making input comprehensible: Do interactional modifications help? ITL - International Journal of Applied Linguistics, 72, 1–25. DOI
  2. Macaro, E., & Lee, J. H. (2013). Teacher language background, codeswitching, and English-only instruction: Does age make a difference to learners’ attitudes? TESOL Quarterly, 47(4), 717–742. D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