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도잉으로 느는 것,
따라 해서는 안 생기는 것
쉐도잉 3주째
출근길마다 드라마 한 장면을 틀어 놓고 반 박자 늦게 대사를 따라 했습니다. 3주쯤 지나니 연음이 전보다 잘 들리고, 몇몇 대사는 입에 붙었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외국인 동료가 “Any plans for the weekend?” 하고 묻자, 입에 붙은 대사 중에 쓸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쉐도잉(섀도잉)은 들리는 영어를 반 박자 뒤에서 그림자처럼 따라 말하는 연습입니다. 입을 움직이는 연습이라 보고 듣기만 하는 공부보다 말하기에 가깝게 느껴지고, 실제로 귀와 입에 남는 것도 있습니다.
다만 남의 문장을 따라 말하는 것과 내 말을 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 쉐도잉이 채워 주지 못하는 부분이 따로 남습니다.
SUMMARY
쉐도잉은 소리·리듬·말 속도를 기르지만, 내 문장 만들기와 주고받기는 따로 연습해야 합니다.
- 따라 말하기
- 내 문장으로 바꾸기
- 상대와 주고받기
01쉐도잉이 기르는 것
쉐도잉은 귀와 입의 소리 감각부터 바꿉니다
쉐도잉은 영어 소리를 끊어 알아듣는 힘, 강세와 리듬, 입이 따라가는 속도에 도움이 됩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도 주로 듣기와 발음 쪽에서 효과를 확인해 왔습니다.
따라 말하려면 먼저 소리를 정확히 잡아야 합니다. 글자로는 알던 문장이 실제로는 붙고 줄어들어 들린다는 것을 쉐도잉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되기도 합니다. What are you going to do?가 한 덩어리로 흘러가는 것을 입으로 따라가다 보면, 귀도 그 덩어리를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영어를 배우는 일본 대학생 4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Hamada, 2016)에서는 쉐도잉 수업 뒤 두 수준 집단 모두 영어의 개별 소리(음소)를 알아듣는 힘이 좋아졌습니다. 고등학교 수준 듣기 문제 점수는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만 올랐습니다. 연구자는 쉐도잉을 특히 소리를 하나하나 잡아내는 듣기 과정에 쓸 만한 방법으로 설명했습니다.
말하기 쪽 연구도 있습니다. 참가자 16명이 짧은 대화문을 8주 동안 주 4번 이상, 한 번에 10분 이상 쉐도잉하고 녹음한 연구(Foote & McDonough, 2017)에서는 즉석에서 말하는 과제가 더 알아듣기 쉬워지고 유창해졌습니다. 다만 외국인 억양이 얼마나 강하게 들리는지는 뚜렷하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 영역 | 기대할 수 있나 | 근거 |
|---|---|---|
| 소리 알아듣기 | 기대할 수 있다 | 음소를 알아듣는 힘이 좋아졌다는 연구가 있다 |
| 알아듣기 쉬운 발음 | 기대할 수 있다 | 즉석 말하기가 더 알아듣기 쉬워졌다는 연구가 있다 |
| 말 속도·유창성 | 기대할 수 있다 | 즉석 말하기의 유창성이 좋아졌다는 연구가 있다 |
| 원어민 같은 억양 |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 억양의 정도는 뚜렷하게 바뀌지 않았다 |
02쉐도잉의 빈칸
따라 말하기에는 문장을 고르는 순간이 없습니다
쉐도잉에서는 무슨 말을 할지 원본이 정해 줍니다. 하고 싶은 말을 골라 문장으로 만드는 일과 상대의 질문에 맞춰 답하는 일은 쉐도잉만으로는 연습되지 않습니다.
말을 하려면 무슨 말을 할지 정하고, 단어와 어순을 고르고, 그것을 소리로 내보내야 합니다. 쉐도잉은 이 가운데 마지막, 소리를 내는 쪽을 집중해서 연습합니다. 앞의 두 가지는 원본이 대신해 주기 때문입니다.
같은 입 운동, 다른 연습
쉐도잉
문장은 원본이 고른다들리는 대로 소리와 리듬을 맞추는 데 집중한다내 말 하기
문장을 내가 고른다할 말을 정하고 단어와 어순을 그 자리에서 만든다둘 다 입을 쓰지만, 대화에서 자주 막히는 곳은 오른쪽입니다.
쉐도잉한 대사가 대화로 이어지지 않는 순간
Any plans for the weekend?
Um… I… go… mountain?음… 저… 산에…? (입에 붙은 대사 중엔 맞는 문장이 없다)
Oh, hiking? Nice. Where do you usually go?아, 등산이요? 좋네요. 보통 어디로 가요?
이 질문에 맞는 대사는 원본에 없었습니다. 문장은 즉석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쉐도잉을 오래 했는데 발음만 좋아지고 말은 여전히 안 나온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쉐도잉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원래 연습하지 않는 부분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03쉐도잉 방법
쉐도잉은 자료 하나를 여러 번, 단계를 나눠 합니다
1~2분짜리 대화 자료 하나를 골라 뜻을 먼저 이해하고, 대본을 보며 따라 읽은 뒤 대본 없이 쉐도잉하고 녹음해 비교합니다. 마지막에 문장 하나를 내 이야기로 바꿔 말하면 빈칸도 조금 채워집니다.
자료는 지금 알아듣는 수준보다 조금 쉬운 것이 좋습니다. 너무 빠르거나 모르는 단어가 많으면 소리를 따라가느라 뜻을 놓치고, 입만 웅얼거리게 됩니다. 뉴스 낭독보다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대화가 실제 말하기와 가깝습니다.
| 단계 | 할 일 | 볼 것 |
|---|---|---|
| 1. 듣기 | 대본 없이 두세 번 듣는다 | 무슨 이야기인지 대강 잡혔나 |
| 2. 뜻 확인 | 대본을 읽고 모르는 단어와 표현을 찾아 둔다 | 모든 문장의 뜻을 알고 있나 |
| 3. 따라 읽기 | 대본을 보면서 소리와 동시에 읽는다 | 끊어 읽는 자리와 강세를 맞췄나 |
| 4. 쉐도잉 | 대본을 덮고 반 박자 뒤에서 따라 말한다 | 놓치는 구간이 어디인가 |
| 5. 녹음 비교 | 내 쉐도잉을 녹음해 원본과 번갈아 듣는다 | 어느 소리가 원본과 다른가 |
| 6. 바꿔 말하기 | 문장 하나를 골라 내 이야기로 바꿔 말한다 | 원본 없이 소리 내어 말했나 |
여섯 번째 단계는 쉐도잉과 말하기를 잇는 연습입니다. 원본 문장의 뼈대는 그대로 두고, 때와 장소, 한 일만 내 상황으로 바꿔 소리 내어 말합니다.
| 원본 문장 | 바꾼 곳 | 내 문장 |
|---|---|---|
| I'm thinking of heading out of town this weekend. | 할 일·때 | I'm thinking of visiting my parents next weekend. |
| I didn't get to finish it last night. | 못 한 일 | I didn't get to call my sister last night. |
| It took me forever to find a parking spot. | 오래 걸린 일 | It took me forever to get home today. |
새 자료를 하루에 여러 개 돌기보다 자료 하나를 사나흘 붙잡습니다. 대본 없이 거의 따라갈 수 있을 때 다음 자료로 넘어가세요.
04흔한 실수
소리만 따라가고 뜻을 놓치면 입운동으로 끝납니다
뜻을 모른 채 소리만 흉내 내기, 너무 어려운 자료 고르기, 녹음하지 않기, 매일 새 자료로 바꾸기가 흔한 실수입니다. 모두 들인 시간에 비해 남는 것을 줄입니다.
쉐도잉은 결과가 바로 보이지 않는 연습이라, 방식이 조금만 어긋나도 오래 해 놓고 남는 것이 적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지금 하는 방식을 돌아보는 목록입니다. 진단 도구는 아닙니다.
쉐도잉이 입운동으로 끝나고 있다는 신호
0 / 5
해당하는 항목을 눌러 체크해 보세요.
첫 번째 항목이 가장 급합니다. 뜻을 모르고 따라 한 소리는 입에 붙어도 쓸 데가 없습니다. 뜻을 알고 따라 해야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그 소리가 문장으로 떠오릅니다.
녹음도 자주 빠지는 단계입니다. 따라 말하는 동안에는 원본 소리가 귀를 덮고 있어서 내 소리가 어디서 다른지 잘 들리지 않습니다. 뭉개진 끝소리나 빠진 강세는 녹음을 따로 들어야 들립니다.
05따라 말하기 다음
쉐도잉은 준비 운동이고, 말하기는 상대와 합니다
쉐도잉으로 다듬은 소리와 문장은 상대와 주고받을 때 비로소 내 말이 됩니다. 쉐도잉을 줄일 필요는 없고, 그 문장을 꺼내 써 볼 기회를 만들면 됩니다.
바꿔 말하기까지 해도 혼자서는 채우기 어려운 것이 남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답하는 순간, 그리고 내가 만든 문장이 맞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쉐도잉은 소리를 다듬는 첫 칸입니다. 그 소리로 만든 내 문장을 누군가에게 말해 보고 고쳐 받을 때 다음 칸으로 넘어갑니다.
프렌글은 이 다음 칸을 수업 안에 둔 구조입니다. 원어민 강사와 Google Meet로 1:1 수업을 하면서 발음과 표현을 그 자리에서 교정받고, 고친 문장은 스터디 로그에 남아 주간 리포트와 월간 점검으로 묶입니다. 쉐도잉으로 입에 붙인 문장을 수업에서 꺼내 써 보고, 무엇이 고쳐졌는지 기록으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끝다음 연습으로
이번 주에는 자료 하나를 끝까지
새 자료를 여러 개 돌기보다 1~2분짜리 대화 하나를 골라 여섯 단계를 끝까지 가 보세요. 마지막 날 그 자료의 문장 하나를 내 이야기로 바꿔 녹음해 두면, 쉐도잉이 말하기로 넘어가는 첫 기록이 됩니다.
QFAQ
자주 묻는 질문
Q.영어 쉐도잉만 해도 말하기가 늘까요?
발음과 리듬, 말 속도에는 도움이 됩니다. 다만 쉐도잉은 원본이 문장을 정해 주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스스로 만들고 상대와 주고받는 힘은 따로 연습해야 합니다.
Q.쉐도잉 자료는 어떤 것이 좋나요?
지금 알아듣는 수준보다 조금 쉬운 1~2분짜리 대화 자료가 좋습니다. 뉴스 낭독보다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대화가 실제 말하기와 가깝고, 뜻을 확인할 수 있게 대본이 있는 자료를 고르세요.
Q.쉐도잉은 하루에 얼마나 해야 하나요?
정해진 시간은 없습니다. 짧게라도 자주 하는 것이 좋고, 새 자료 여러 개보다 자료 하나를 며칠 반복하는 쪽이 남는 것이 많습니다. 참고로 앞에서 소개한 연구의 참가자들은 주 4번 이상, 한 번에 10분 이상 했습니다.
Q.쉐도잉을 하면 원어민 억양이 되나요?
억양이 원어민처럼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연구에서도 알아듣기 쉬운 정도와 유창성은 좋아졌지만 억양의 정도는 뚜렷하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목표는 상대가 편하게 알아듣는 발음에 두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REFERENCES
참고 자료
- Hamada, Y. (2016). Shadowing: Who benefits and how? Uncovering a booming EFL teaching technique for listening comprehension. Language Teaching Research, 20(1), 35–52. DOI
- Foote, J. A., & McDonough, K. (2017). Using shadowing with mobile technology to improve L2 pronunciation. Journal of Second Language Pronunciation, 3(1), 34–56. DOI